교육의창·노영필>종이 교과서가 사라진다
노영필 교육평론가
2024년 10월 20일(일) 18:01 |
노영필 교육평론가 |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고 디지털 교과서로 대체된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발맞춰 교육의 지각변동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5년 시범학교를 시작으로 2028년부터는 초·중·고에서 전면화하겠다는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장 내년 2025년에는 초등에서 국어, 수학, 영어, 정보, 중학교에서는 수학, 영어1, 정보, 고등학교에서는 공통수학, 공통영어1·2, 정보 교과를 필두로 2028년에는 초중고 모든 과목에 적용하는 일정이다.
교육부는 하이터치(High Touch), 하이테크(High Tech)라는 개념으로 AI 디지털 기반의 교육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하이터치란 교사가 학생참여형 수업을 통해 고차원적 학습을 지원하고 인간적 연결을 통해 학생의 사회 정서적 역량을 길러준다는 것이고 하이테크란 학생이 지식을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AI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여 개인별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두 축의 교육방법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학생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이라는 비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교사는 학생별 학습경로와 지식수준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참여형 수업을 설계하고, AI보조교사의 활동 분석을 참고하여 평가할 수 있다. 학생의 성취에 맞는 개별적인 학습을 제공하고, 데이터 자료에 기반하여 학생들의 성장을 기록한다. 학생은 학생이해도에 맞는 학습활동을 진행할 수 있으며,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고, 내재적 학습 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 더 많은 학생이 학습 ‘성공 경험’을 가질 수 있으며, 가정과 학교에서 이해받는 ‘나’로 소속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추진취지를 밝히고 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제시되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늘 무조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에서만 홍보한다. 현장의 교사들은 정책의 인질이 된다. 반대 분위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에 현장은 극도로 고달프다. 여기에 떠오르는 염려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요즘 세대답게 디지털 영상의 지나친 의존도, 글을 읽지 않아 갈수록 떨어지는 문해력,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생한 학습 손실이 AI에 의해 한방에 치유될 수 있을까? AI가 만능인 것처럼 말하지만 교사의 사후관리가 없이는 학습력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사라지고 기계와 디지털이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대체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디지털교과서는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 인터넷이 끊긴다면 모든 수업 활동이 중단된다. 지금도 전자칠판과 컴퓨터가 연결되지 못하면 수업을 못한다. 거기다 악성소프트웨어의 공격이라도 받으면 모든 교육시스템은 블루스크린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인터넷을 이용한 수업은 에너지 대란을 불러올 것이다. 초중고에 전면적으로 실시된다면 전력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될 것이다. 갈수록 에너지문제로 지구는 홍역을 앓고 있지 않는가. 지금도 교실 에어컨과 각종 기기 운영에 대한 전력소모는 예산 부족으로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 엄청난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인간미가 실종된 학교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 것이다. 디지털 AI는 친하고, 사람 친구는 멀어질 수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초 낮과 밤이 바뀌어 학교생활을 못 하던 학생들의 기억이 뚜렷하다. 아무리 쳇봇으로 자극한다고 해도 인간의 의지를 조절할 수 있을까?
개발 중인데도 ‘실물’자료도 없이 현장교사들에게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신약으로 개발 중인 약을 시판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닌데 희망의 애드벌룬만 높이 띄운 셈이다. 현장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AIDT, 누구를 위한 사업 추진일까? 몹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