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나광국>과태료 지방환원은 교통안전 확립의 첫걸음
나광국 전남도의원
2024년 10월 17일(목) 18:02
나광국 도의원
지난 4월 대통령실 ‘국민제안’ 정책에서 스쿨존의 제한속도 탄력 운영이 선정되는 등 최근 들어 스쿨존 제한속도를 24시간 내내 규제하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심야와 새벽에도 규제하는 것이 운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의 약 90%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발생한다. 특히 오후 2시~8시 사이에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 시간대에만 전체 사고의 약 59%가 발생한다. 또한 전남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5년 넘게 오후 10시에서 오전 8시 사이에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내 스쿨존의 무인 교통단속 장비 설치와 단속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22개 시·군에 설치된 단속장비는 741개로 2019년 대비 30배 이상 늘었고, 단속건수 또한 지난해 기준 26만9158건으로 2022년 대비 9% 이상 증가했다.

통계자료만 본다면 운전자 편의를 위해 스쿨존 제한속도를 심야 및 새벽 시간에는 완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률적인 속도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스쿨존 제한속도의 탄력 운영은 지역주민 의견수렴과 각종 교통안전시설의 확충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사례를 찾아보면 강원도는 민선 8기 출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 현재 10곳에서 탄력 운영을 하고 있으며, 전북은 작년 도민 설문조사에서 80%의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14곳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전남 또한 작년부터 2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올해에는 총 7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남은 도시보다 농촌이 많고 야간과 새벽에는 어린이는 물론 일반인 통행도 드물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도민 만족도가 높고 어린이 사고 건수도 늘지 않는다면 강원과 전북처럼 최소 10곳 이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하려면 해당 학교 학부모뿐 아니라 관할 지자체와 경찰서 등 모든 관계자의 동의가 필요한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를 거치고 있어 주민 의견이 배제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탄력 운영에 필요한 각종 교통안전시설의 신규 설치에 들어가는 예산이 모두 지자체 부담임에 따라 수요가 있어도 시범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가변형 LED 표지판 설치 비용만 해도 1,000만 원이 넘고, 이 외에 바닥 도색, 안내 표지판 교체, 신호 과속 단속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다양한 시설물 교체 및 유지 비용이 추가된다.

행안부에서 지자체 예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지역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 따라서 지방비를 들여 설치한 무인 교통단속 장비로 부과되는 과태료를 국세가 아니라 지방세 수입으로 잡아야 한다.

현재 제도상 지자체 예산으로 단속 장비를 설치하더라도 이에 따라 부과·징수되는 과태료는 지방세 수입이 아니라 국세 수입으로 귀속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작년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통해 약 474억원 정도의 과태료가 징수되었는데 이를 스쿨존 교통안전시설 설치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스쿨존 속도 제한의 탄력 운영을 통해 도민 편의와 어린이 교통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과태료 수익을 지방으로 환원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 이를 통해 스쿨존 탄력 운영에 필요한 시설물 설치 예산을 충당하고 더 나아가 지역 전체의 교통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교통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운영하는 재정적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맞춤형 교통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의 협력과 설득으로 정부의 제도 개편을 이루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