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여울물 소리’ 각색·연출 신선… 대중성 확보
광주시립창극단 35주년 기념작
내달 7~8일 예술의전당 대극장
동명 원작소설 창극으로 각색
혼란 속 구한말 배경 희망 주제
2024년 10월 17일(목) 17:19
지난 16일 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예술의전당 음악당 1층 대연습실에서 광주시립창극단 단원들이 다음 달 선보이는 창극 ‘여울물 소리’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박찬 기자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차별성과 확장성을 내세운 창극이 무대 구현을 앞두고 단원들의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광주예술의전당 음악당 1층 대연습실에서는 광주시립창극단 창단 35주년 기념작 '여울물 소리'의 리허설이 열렸다. 오는 11월 7~8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제61회 정기공연에 앞서 창극단의 단원과 악단, 연출가, 감독 모두 예열에 들어간 것이다.

피리와 대금·소금·해금·가야금, 타악을 필두로 한 국악의 힘 있는 울림이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 의해 퍼졌고 스트링,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신시사이저 등의 서양악기 선율을 합세해 흥을 더했다. 광주시립창극단 단원들은 이에 맞춰 그간 갈고닦은 열정의 호연을 선보였다.

'여울물 소리'는 황석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창극 대본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창극을 제작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주인공 연옥이 어머니 구례댁과 함께 강경 객주를 운영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다 이신통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신통은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기 위해 연옥을 떠난다. 이신통을 그리워한 연옥은 그의 흔적을 쫓아 찾아 나선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희망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작은 기존과 다른 요법을 채택하는 등 대중성과 완성도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각색·작곡·연출을 맡은 황호준씨는 이날 연습 공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당대의 역사적 서사와 함께, 실제 창극 안에서 음악을 어떻게 차용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무대의 음악극으로 개작하는 과정에서 인물 간 내면의 이야기를 극대화했다”며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특정한 에피소드를 더 부각하는 등 새로 조립하고 시간의 집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여울물 소리는 예인들이 각각의 영역으로 분화되기 이전 모습을 창극에 담기 위해 ‘여향’의 개념을 끌어왔다. 여향은 잔향 끝에 맞이하는 침묵과 고요다. 극은 여향의 개념에 집중하고 이를 확장해 단순히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완성의 단계가 아닌 끊임없이 시작되는 어느 지점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당대 소리꾼들의 삶과도 일맥상통하는 음의 잔상을 소리로써 서술한다.

광주시립창극단은 주요 등장인물인 이신통과 정연옥 역에 저연차 단원들을 내세워 세대교체도 단행한다. 1일차인 11월 7일 이신통 역은 정승기 상임단원, 정연혹 역은 이서희 상임단원이 맡아 연기한다. 2일차인 11월 8일 공연에는 박준현 비상임단원과 고혜수 비상임단원이 각각 이신통과 정연옥을 열연한다. 비상임단원의 경우 모두 올해 뽑힌 신인들이다.

정승기 단원은 “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여러 인물과 감정이 투영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이서희 단원은 “시대의 민족성과 역사성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고혜수 비상임단원은 “대사에 함축적 정서를 표현해 내기 힘들었다. 대사 안에 들어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작업과 공부가 필요했다”고 배역에 대한 소감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광주시립창극단의 이번 작품이 꾸준히 창극을 관람하러 오는 신규 충성 관람층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높다. 그간 쌓아온 창극 양식을 신선한 각색과 특화된 연출로 확장성과 대중성을 더했다는 이유다.

박승희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은 광주시립 창극단 창단 35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원작 소설 ‘여울물 소리’를 창극으로써는 국내 최초로 선보는 작품이다”며 “광주시립창극단의 35년간 발자취와 성과물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61회 정기공연 창극 ‘여울물 소리’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광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티켓링크(1588-7890)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창극 ‘여울물 소리’ 포스터.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