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포퓰리즘과 쩐의 전쟁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2024년 10월 06일(일) 17:35 |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포퓰리즘은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세운다. 또 적과 친구를 구별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중의 적을 만든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일자리를 뺏는 주범으로 중국과 이민자를 상정했다. 그리고 이들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히틀러는 독일 민족의 부흥이라는 미명 하에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다.
계급 정체성을 중심으로 극단적 평등을 추구하는 행태도 보인다. 각종 보조금을 남발해 140%에 달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낳은 20세기 남미의 페론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페론 정권은 선심성 복지정책을 바탕으로 독재정치를 펼쳐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악화시켰다. 시작은 민중이지만, 그 끝은 전체주의 독재로 나아가는 모순을 안고 있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독이다. 당장은 달콤한 꿀 같아 보이지만, 국민을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독약이 아닐 수 없다.
영광·곡성 군수를 뽑는 10·16 재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표심을 노린 현금성 공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주당은 ‘영광사랑지원금 100만 원’과 ‘연간 100만 원 기본소득’을, 조국혁신당은 ‘영광행복지원금 120만 원’과 간병비 연 150만원 지원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곡성군수 재선거도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가 각각 연간 50만 원 기본소득, 곡성행복지원금 100만 원을 공약했다. 누가봐도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이다. 재원마련 방법은 있는지,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다. 두 당의 ‘호남 쟁탈전’이 포퓰리즘식 ‘쩐의 전쟁’으로 과열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