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떨어지는 곳에서 귀국, 너무 감사"…레바논 교민들 감격
2024년 10월 05일(토) 15:32 |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 충돌 상황으로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재외국민과 가족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감사의 그림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
정부가 레바논에 급파한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정양희(70)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스라엘이 침공한 레바논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 가족 1명은 밝은 표정으로 수송기에서 내렸다. 오후 1시5분께 수송기 문이 열리고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을 환영하러 나온 가족·지인, 정부 관계자 및 취재진으로 활주로가 북적였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교민과 가족들을 반겼다.
교민 김서경(39)씨와 4세·6세인 두 딸이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았다. 아이들의 손에는 “사랑해요 군인님 우리를 구해주러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김씨는 “포격으로 집이 흔들려서 잠도 잘 못 잤다”며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61세 남성은 “베이루트에 있는 집에서 공항까지 15분 거리인데, 안전한 지역으로 우회해 30분 걸려서 군 수송기로 갔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를 갑작스럽게 수송하는 상황에서도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 전문적인 케어(돌봄)를 해줘서 모든 교민들이 편안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환영해주고 맞아주는 데 대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내, 딸과 수송기에 탑승했던 이국희(31)씨는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져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군 수송기를 처음 봤을 때 조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군 당국은 이번 귀국 지원을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신속하게 수송할 수 있는 시그너스 외에 C130J ‘슈퍼 허큘리스’도 투입했다. 공항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의 이착륙이 가능한 기종을 동원한 것이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KC330에는 귀국 인원 외에 조종사·정비사, 적재사, 의무 요원 등 34명의 병력과 외교부 신속대응팀 5명이 탑승했다. C130J는 22명의 병력을 실어날랐다.
3일 한국에서 출발해 베이루트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작전은 장장 무박 38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시그너스 조종사인 박성태 소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기회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은 “베이루트 공항에서 우리 국민들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자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며 “이곳이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단장은 “이번에 철수시킨 97명 가운데 영유아 등 미성년자가 30%를 넘는다”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일(현지시각)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에서 지상전을 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군자산을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