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다한 이야기' 광주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사례 고발대회
28일 광주독립영화관서…유족 5명 참여
2024년 09월 26일(목) 16:42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고발대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홍보 포스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광복 후 7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아직 그 상처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고발대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민 누구나 방청 가능한 이번 고발대회는 외면받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 유족들에게 하소연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일본의 역사 왜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피해자 유족 5명이 나와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사연과 피해 사례를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유족 서태석(84)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서태석(84)씨의 부친은 1941년 일본 해군 군속으로 붙들려 갔다가 1943년 5월 남태평양 팔라우 섬에서 사망했다. 서씨와 그의 부친 사이에 남아 있는 추억은 어린시절 아버지와 찍은 흑백 사진 1장이 전부다. 해방 후 서씨 부친의 동료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 1장만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서씨는 얼룩진 흑백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부친의 사진을 꺼내 들고 한 많은 사연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유족 한문수(82)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한문수(82)씨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부친과 헤어졌다. 구례군청 직원으로 근무하던 한씨의 부친은 1942년 11월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돼 남태평양 트럭섬 소재 제4 해군시설부 소속으로 비행장 활주로 건설 현장에 혹사당하던 중 1944년 2월 브라운 섬에서 사망했다. 한씨의 할아버지는 전사통지서를 받고 화병으로 사망했고 부친의 위패는 전범자들과 함께 일본 도쿄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다.

유족 박진주(76)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박진주(76)씨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참상을 고발할 예정이다. 박씨의 부친은 귀국선 우키시마 마루호 폭침 사건에서 헤엄을 쳐 살아 돌아왔지만, 돌아와서도 술만 마시며 폐인처럼 지냈다. 그씨의 부친은 1992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교토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패소했다.

유족 천양기(72)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천양기(72)씨는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백부의 사연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의 백부는 징용으로 끌려가는 작은 아버지를 전송하러 나갔다가 징용 갈 사람들이 집단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대신 붙들려 갔다. 결국 영영 돌아오지 못했고, 남편을 기다리던 백모도 한국전쟁 중에 사망하고 말았다. 천씨는 사망자나 행방불명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정부 위로금 2000만원을 가족 장학금으로 적립해 입학이나 졸업 등에 손주들한테 지급하고 있다.

유족 박철희(67)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박철희(67)씨는 제주도 일본군 해안 진지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화재로 사망한 옥매광산 희생자 118명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 놓을 예정이다. 그들은 해방 후 어렵게 화물선을 구해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기관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 사고로 118명이 사망했다. 박씨는 일본 아사다화학이나 일본 정부가 제주도에 동원된 광부들의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할 예정이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