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에서 오월정신까지 이어지는 ‘시천여민’
광주시립미술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특별전
민주·인권·평화 주제로 예술혼 발휘
민중미술 작가 아시아권 45인 참여
‘동학&오월 아카이브’ 등 4개 섹션
투쟁적 역사부터 동시대 갈등 직시
민주·인권·평화 주제로 예술혼 발휘
민중미술 작가 아시아권 45인 참여
‘동학&오월 아카이브’ 등 4개 섹션
투쟁적 역사부터 동시대 갈등 직시
2024년 09월 22일(일) 17:09 |
구본주 작 ‘갑오농민전쟁2’.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다. 본관 로비부터 제1·2전시실, 어린이갤러리까지,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노래하는 아시아권 작가 45인의 작품 100여점을 대규모로 선보인다. 구본주의 조각처럼 강렬하게 역사를 직시하는 작품부터 현대사회의 가치를 은유하는 작품까지 다채롭다. 특히 한국 근대사의 분기점을 이룬 동학농민혁명 130주년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 ‘동학에서 오월로’ 나아가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시천여민’은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과 ‘여민주공동체(與民主共同體)’를 축약한 것이다. 전자는 ‘하느님을 모시고 조화 세상을 열어나간다’는 동학의 시천주 주문의 구절이며, 후자는 ‘사람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나간다’는 뜻으로 오월정신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처럼 전시는 동학과 오월의 스토리를 개별적이고 분절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정신적 가치가 계승된 맥락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동시대 반복되는 갈등과 혼란 속 전지구적 보편가치로 제시한다.
첫 번째 섹션은 ‘동학 & 오월 아카이브’로, 동학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동경대전’, ‘용담유사’를 비롯하여 동학농민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준비했다.
두 번째 섹션의 주제는 ‘시천주조화정’이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은 모든 사람은 제 안에 우주생명을 모시고 있으며, 그 자체가 곧 우주생명임을 뜻한다. 따라서 ‘시천주조화정’은 우주생명 그 자체인 뭇 사람을 서로 존중할 때 조화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섹션에서는 동학의 시천주 정신을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재확인하고, 동학농민혁명에 담긴 민중의 염원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화순 작 ‘오월 그날’.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어린이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섹션은 ‘뭇살음의 누리’로 동학의 삼경 사상에서 착안한 주제다.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은 우주 안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삶의 자세는 하늘과 사람, 그리고 만물을 공경하는 마음이라 하였다. 이는 인간과 비인간의 평등을 인지함으로써 만유의 상생과 조화를 지향하는 우주적 삶의 모습이다. 이 섹션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뭇생명의 공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며, 자기돌봄에서 타자돌봄으로, 더 나아가 지구돌봄으로 확장되는 동학의 정신적 가치를 현재와 미래 담론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호 작 ‘영원한 빛-우주동학’.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