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처절한 피의 복수…사실주의 오페라의 진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가장 이탈리아적 작품…새 장르 개척
시칠리아 배경…사랑·배신·복수 다뤄
격정적 소프라노 창법…성악계 변화
민중의 삶 비극적 묘사 ‘충격의 전율’
가장 이탈리아적 작품…새 장르 개척
시칠리아 배경…사랑·배신·복수 다뤄
격정적 소프라노 창법…성악계 변화
민중의 삶 비극적 묘사 ‘충격의 전율’
2024년 09월 12일(목) 18:07 |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출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 |
음악출판업자 에도아르도 손조뇨(Edoardo Sonzogno)는 이탈리아의 차세대 작곡가를 발굴하기 위한 콩쿠르를 188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하였다. 지원 조건은 1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만이 출품 가능했으며 여기를 통해 선발된 최우수 작품 세 편은 손조뇨의 부담으로 로마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였다. 마스카니는 마감일이 두 달여 남았을 때 대회 소식을 듣고 자신이 준비해왔던 사실주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급히 완성하여 출품할 수 있었다. 마스카니는 지금까지 오페라가 18세기~19세기에 벌어진 귀족의 궁정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작된 것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떼>나 <카르멘>과 같이 민중의 삶이 소재가 된 작품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이러한 오페라 속 궁정의 이야기는 자신을 비롯한 민중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유머와 재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해피엔딩 결말의 작품은 이제 지겹다고 느껴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 속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어 했으며 빈부의 격차로 일어나는 갈등과 불화, 치정과 애증 같은 격정적 요소를 세밀하게 무대 위에 표현하려 했다. 특히 일반 민중의 삶을 희극보다는 처철 할 정도의 비극적으로 묘사하여 관객에게 충격의 전율을 선사하려고 했다.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출처 영국 로리 극장 |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출처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 인용 |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출처 이탈리아 레체 아폴로극장 |
이 작품의 배경은 이탈리아 지역 중 지배 계급으로부터 가장 심하게 수탈당하던 시칠리아이다. 이 지역은 가혹한 핍박 때문에 가난이 대물림되어 힘겨운 삶을 살다 보니 가족 간의 관계가 돈독하고 이 때문에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면 ‘피의 복수’를 서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주인공 투릿두는 군에서 제대해 고향으로 돌아왔건만 그의 연인 롤라는 마부 알피오와 결혼을 하였다. 실망한 투리두는 같은 마을 처녀 산툿자와 사귀면서 같이 살게 되지만 마음은 여전히 롤라에게 있다. 산툿자가 투릿두의 어머니인 루치아의 술집으로 찾아와 투릿두의 행방을 묻는다. 루치아는 대답을 회피하다가 술을 사러 갔다고 둘러대자 산툿자는 울면서 투릿두가 어제 저녁부터 안 보인다고 말하며 루치아에게 알피오와 결혼한 롤라가 투릿두와 자신의 사이를 인지하고 투릿두를 유혹했다는 것이다. 이에 놀란 루치아는 성당으로 기도하러 달려간다. 그런 가운데 투릿두는 광장으로 가다가 산툿자를 만나고 산툿자는 롤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투릿두를 비난하지만 투릿두는 그 사실을 부인한다. 이어 롤라가 나타나서 투릿두에게 같이 성당에 가자고 하고 이에 화가 난 산툿자가 둘에게 따지자 투릿두는 산툿자를 밀쳐버리고 성당으로 가버린다. 이어 나타난 알피오에게 산툿자는 격분해 롤라의 배신을 전하고 이에 눈이 뒤집힌 알피오는 복수를 다짐하며 투릿두에게 달려가 결투를 신청한다. 죽음을 예견한 투릿두는 어머니에게 산툿자를 잘 보살필 것을 이야기한 후 결투 장소로 향하고 결국 고함과 함께 투릿두가 죽었다는 외침이 들리며 막이 내린다.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출처 영국로열오페라단 |
가장 이탈리아적인 오페라로 불리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생명이 소생하는 봄, 부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인간 본성의 적나라함과 이와 함께 이루어지는 피의 복수극, 그리고 처절한 죽음이 더욱 허망하고 가슴 아프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