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 한겨례출판 | 1만6800원
내 입맛을 키운 것 팔 할이 소주였다. 소설가 권여선이 음식과 술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펴냈다. 책에서는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이 총 5부, 20개 장에 걸쳐 소개된다. 대학 시절 처음 순대를 먹은 후 미각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입맛을 넓혀가기 시작한 저자에게 먹는 행위는 하루를 세세히 구분 짓게 하며, 음식은 ‘위기와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화해와 위안을 주기’도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 밖에도 제철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조리하고 먹는 과정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감을, 풀어내는 모국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책은 권여선이 소설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혀의 언어’로 차려낸 진수성찬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