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농기원, 키우기 쉽고 실 잘 뽑는 ‘도담누에’ 보급 총력
백옥잠 약세화 대체 신품종 소개
건강기능식품 시장서 기능성 주목
연구 지속…안정 정착 도울 예정
2024년 09월 09일(월) 16:02
전남 농업기술원이 가을철 누에 사육시기를 앞두고 신보급 풍종인 ‘도담누에’를 소개했다. 도담누에. 전남 농업기술원 제공.
전남 농업기술원이 가을철 누에 사육시기를 앞두고 신보급 품종인 ‘도담누에’를 소개했다.

도담누에는 기존 보급종인 백옥잠을 대체할 품종으로, 2014년 장려품종으로 등록됐다. 전남농업기술원은 2년 전부터 보급종을 교체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백옥잠의 약세화로 대체 품종으로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사료 사육이 우수하고 병에 강한 강건성 품종으로, 생산량은 백옥잠에 비해 5령 3일 건조누에 6.8%, 홍잠은 18%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담누에는 2014년 지정된 누에 품종으로, 춘추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건한 품종이다. 도담누에의 가장 큰 특징은 유충 단계에서 암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암컷은 형잠(형광색), 수컷은 희잠(흰색)으로 구분되며, 이는 사육 과정에서 매우 편리하다. 또 화용비율이 높아 실 생산량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옥잠과 도담누에를 비교한 결과, 도담누에가 백옥잠에 비해 5령 기간 동안 체중이 더 많이 증가하고 실의 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담누에의 5령 3일 체중은 2.97g으로, 백옥잠의 2.91g보다 조금 더 무거우며, 견사장(실의 길이)은 1444m로 백옥잠(1472m)에 약간 뒤처지지만, 견층비율은 25.1%로 백옥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도담누에는 실 생산량과 품질 면에서 양잠 농가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후보 품종이다.

전남 농기원은 도담누에 보급을 위해 양잠 기술 교육 등을 펼쳤다. 지난달 19일에는 화순군 이서커뮤니티센터에서 양잠농가 등 35명을 대상으로 교육했다.

교육은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김성완 박사의 도담누에의 안전사육기술 강의와 함께 한국양잠연합회 이순준 회장, 대한잠사회 임석종 회장의 양잠농가 지원사업 설명 등으로 진행됐다.

전남 농기원은 공급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장성군 소재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에서 양잠농가를 대상으로 도담누에를 공급했다. 가격은 상자당 3만 원이며, 상자당 2만알의 누에씨가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양잠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의 실크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혈당 강하와 같은 기능성을 지닌 건강기능식품으로 양잠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이 전환은 기능성 누에분말 제조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1995년 대한민국 양잠산업은 혈당 강하 기능을 가진 누에분말 제조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냉동 건조 누에분말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누에분말은 단순한 실크 생산의 부산물이 아닌,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누에의 연녹잠 고치 추출물이 콜레스테롤 대사 조절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연녹잠 추출물이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고 체외 배출을 증가시켜 혈중 LDL 농도를 26%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연구 성과들은 누에를 단순한 실크 생산의 소재에서 기능성 건강 식품으로 전환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도담누에. 전남 농업기술원 제공.
누에 사육은 매우 민감한 과정이다. 누에의 일생 동안 적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필수적이며, 각 령(누에 성장 단계)에 따라 다양한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령과 2령기에는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잘게 썰어 하루 3회 이상 자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누에가 너무 밝거나 어두운 환경을 피하고 15~30lux 정도의 밝기를 선호하므로, 사육 공간의 조명도 신경 써야 한다.

4령과 5령에 접어든 누에들은 ‘큰누에’로 분류되며, 이 시기에는 온도와 습도 관리뿐만 아니라 환기 관리도 중요하다. 4령기의 적정 온도는 2425℃이며, 이보다 낮아지면 누에가 약해질 수 있다. 5령기는 2324℃의 온도가 적합하며, 환기 관리를 철저히 해 유해 가스 발생을 막아야 한다.

양잠 농가가 직면하는 또 다른 과제는 누에병의 예방이다. 누에는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리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이 최우선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전체 누에병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곰팡이, 세균, 기생충에 의한 질병도 누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누에를 사육하는 동안 자주 관찰하고, 병에 걸린 개체는 즉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육 환경을 청결히 유지하고, 누에의 사육 전후로 철저한 소독 작업을 통해 병원체와의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

이유범 전남농기원 곤충잠업연구소 연구사는 “올해 가을철 도담누에씨 공급량은 30%로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 춘기에는 60%, 가을에는 모든 보급종을 도담누에로 대체할 계획이다”며 “도담누에 사육기술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