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계엄설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2024년 09월 04일(수) 17:56 |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대한민국 헌법하에서 계엄령은 1948년 10월 21일, 여수·순천 사건으로 발효된 게 최초다. 이승만 독재정권의 정권 장악과 유지 수단이었다. 1961년 5·16 군사정변, 1972년 유신때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마지막 계엄령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가 ‘국가보위’라는 명분을 내세워 민주헌정질서를 중단시켰다. 시위를 금지하고,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했다. 그 해 우리는 봄을 빼앗겼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계엄’이란 단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였다. 당시 군 기무사령부는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을 보면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구속시켜서 표결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계엄령 선포는 실행되지 못했다. 촛불혁명으로 타오른 강력한 시민적 저항에 직면할 게 분명해서였다. 군이 나서 줄 리도 만무했다.
요즘 정치권의 핫이슈로 때아닌 계엄령이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근거는 현 정부의 안보라인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출신으로 군 정보·첩보 등 핵심 요직을 싹 교체했다. 국방부장관, 행안부장관, 국군방첩부(옛 기무사) 사령관, 777사령관.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자리다. 탄핵 위기때 발동할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탄핵, 계엄을 세뇌 시키는 정치 선동이자 괴담이라며 발끈했다. 21세기에 말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발’ 계엄설은 구체적인 근거나 실체가 없다. 도를 넘어섰다. 그래도 귀가 솔깃하다. 분명한 사실은 있다. 계엄은 공멸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