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윤희>세계 주목 K-원전 재도약 기회
이윤희 전북대 양자시스템공학과 교수
2024년 09월 04일(수) 17:56 |
이윤희 전북대 양자시스템공학과 교수 |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체코 정부에 직접 항의했다는 내용으로 체코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일축했다고는 하지만 무한 경쟁 시대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원전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970년대 원전을 도입한 이래로 지난 5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건설하면서 축적된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과 운영 실력을 보유하게 됐고 ‘UAE 원전 수출’(2009년)을 통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미국), EDF(프랑스) 등 유수 세계 원전기업에서 견제가 심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전 세계는 폭염, 가뭄, 홍수 등 심각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을 마련했다.
NDC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조약인 파리 협정의 일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세운 탄소 감축 목표다.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NDC 달성이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원은 친환경적이기는 하지만 간헐성(해가 떠있을 때,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 대용량 저장 장치 부재, 전력의 불안정성,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단가 등의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대용량의 에너지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은 일찌감치 EU 택소노미를 발표하면서 원자력을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에너지로 포함 시켰고,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원전 확대를 선언했다.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전환했고 탈원전의 대표주자였던 독일도 러시아 천연가스 송유관 문제, 전기요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정책전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체코원전 수주를 통해 유럽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에게 천재일우(千載一遇)다. 수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필요로 할 때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우리나라 등 소수에 불과하며 이 중에 우리나라는 건설공기를 적기에 맞출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운영 중인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하고 신규 원전도 필요한 경우 추가로 건설함으로써 계속해서 원전 건설 및 운영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운영허가기간 만료에 도달하는 원전도 ‘계속운전’해야 한다. 계속운전은 운영허가 기간 만료에 도달한 원전이 허가 기간 만료 이후에도 구조물과 용기, 배관과 같은 피동형기기(외부의 구동력 없이 중력, 온도·농도·압력차 등 자연 현상에 의해 작동하는 기기)의 건전성이 확보되고 능동형 기기들의 적절한 관리 및 교체를 통해 안전기준을 충족해 규제기관에 의해 안전성이 검증된다는 전제하에 경제성이 확보되면 운영변경허가를 받아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운전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원전을 운영하게 된다면 전력수요량을 대체할 신규 원전을 건설할 필요가 없으므로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동시에 기존 원전을 통해 전력을 계속 생산할 수 있어 더욱더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 현황을 보면 운영허가기간 만료에 도달한 원전 267기 중 244기가 세계 각국의 원자력 안전 규제 기관이 수행한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바탕으로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고 최근 고리2·3·4호기 한울1·2호기가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상기 원전들의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허가변경 절차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K-원전이 타 발전원 대비 더욱더 우수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까지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여 전 세계가 우리 K-원전을 더욱더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남 지역에 위치한 한빛1·2호기는 각각 2025년, 2026년에 운영허가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빛1·2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신청 절차 중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공청회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시에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민주적인 절차이다. 한빛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공청회는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 내 원전의 안전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로 우리 지역 원전의 투명한 안전성 검증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참여 및 의견 개진이 필요한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