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과 기부를 동시에”…‘헌혈기부권’ 호응 뜨겁다
헌혈 기념품 대신 기부금 기탁
장학금·취약계층 지원금 사용
작년 광주·전남 1억 넘게 적립
올해 6.5명당 1명 선택 증가세
2024년 08월 29일(목) 18:23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병원 앞에서 열린 ‘31일간 사랑의 헌혈’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이 헌혈버스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박찬 기자
헌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여름 막바지, 혈액 보유량을 늘리기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헌혈과 기부를 동시에 실천하는 ‘헌혈기부권’이 주목받고 있다.

‘헌혈기부권’은 헌혈자가 헌혈 후 기념품 대신 기부를 선택하면 전혈, 혈장, 혈소판 헌혈자는 5000원, 판혈장 헌혈자는 8500원이 기탁되는 제도다.

헌혈기부권으로 적립된 성금은 향후 장학금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긴급지원·건강증진·생명보호 등 다양한 지원사업분야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헌혈자는 피로 생명을 나누는 봉사와 함께 기부까지 하는 뿌듯함을 더할 수 있다.

더불어 연말정산의 혜택도 있다. 헌혈기부권을 선택한 헌혈자의 정보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 반영돼 소득공제 혜택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양자인 부모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32만여명이 헌혈 후 기부권을 선택해 13억6000여만원의 성금이 모아졌다. 광주·전남에서는 2만3898명이 헌혈 기부권을 선택, 1억1040만원의 기탁금이 모아졌다.

올해는 7월 말 기준 광주·전남에서 헌혈자 11만1753명 중 1만7464명이 기부권을 선택해 7104만2500원의 기부금이 적립돼 연말에는 작년 기부권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헌혈자 6.5명 당 1명이 기부권을 선택한 것으로 지난해 9명 당 1명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헌혈기부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병원 정문 앞 헌혈버스에서 헌혈에 참여한 광주병원 주임 김모(31)씨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한 번씩 헌혈을 해왔는데 오늘 기부권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그동안 무심코 기념품을 선택했는데 좋은 취지의 기부권에 대해 알게 돼 앞으로는 기부권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헌혈자 기념품 안내문에 작게 기부권에 대한 설명 문구가 기재돼있는데 좀 더 큰 안내문을 통해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며 “헌혈과 함께 기부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라 홍보만 더 이뤄진다면 기부권을 선택하는 헌혈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병원 간호사로 근무 중인 장혜진(43)씨는 “20대 때부터 헌혈을 해왔다. 현재 1+1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라 자녀를 위해 다이소와 올리브영 상품을 골랐다”며 “예전에 헌혈의 집을 찾았을 때는 상품을 고르기 전에 직원이 기부권에 관해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찾아가는 헌혈 행사를 진행할 때는 이런 홍보나 안내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혈액원은 헌혈기부권 선택 비율을 늘려 자발적 헌혈문화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헌혈기부권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다”며 “건강한 헌혈문화 조성을 위해 대가 없는 무상헌혈을 늘려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아갈 길이지만,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기념품 없이 자율적 헌혈에만 의존할 경우 헌혈자 수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이런 자발적 헌혈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과 헌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은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헌혈기부권에 대한 안내와 기부금 사용처를 알리고 있다. 혈액원에서도 신문·방송 등 매스컴과 SNS를 통해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헌혈 인식 개선을 위해 학교와 기업, 단체 등에서 헌혈교육이 필수로 이뤄져 국민들에게 헌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필요성을 전달하고 자발적인 헌혈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어 “혈액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을 미리 알 수 없고, 혈소판의 경우에는 보유기간이 5일 이내로 매우 짧다”며 “우리 지역의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시·도민의 지속적인 헌혈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29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5.9일분(△O형 4.2일분 △A형 6.0일분 △B형 7.9일분 △AB형 5.5일분)이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적정 보유량 기준인 5일을 넘겼지만, 7월 평균 7일분 후반대, 8월 중순까지 6일분 중반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혈액 보유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O형은 기준치를 밑돌아 시민들의 헌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전남혈액원은 혈액 수급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이어지는 ‘31일간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헌혈행사에는 28일까지 4900여명이 참여해 여름철 혈액 부족 사태 타개를 위해 나섰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