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율>이걸요? 제가요? 왜요?
김상율 광주시 인사정책관
2024년 08월 29일(목) 18:14
김상율 광주시 인사정책관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3요 주의보’로 기성세대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3요란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신조어다. 과거에는 속으로 투덜거리더라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요즘 세대들은 입술에 힘을 주고 한 글자,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는다.

이른바 요즘 젊은이인 MZ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정의와 공정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거부하고 위계적 질서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선호한다. 한편으로 눈만 높고 개인주의가 심해 이기적이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러하지 못했던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는 전혀 다른 종의 인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 MZ가 있다면 딱 10년 전인 2014년에는 ‘미생’이 있었다. 생소한 바둑용어가 사회초년생의 직장생활 적응기와 애환을 담은 드라마 제목으로 쓰이면서 큰 인기와 함께 그 당시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대표 단어가 되었다. 미숙하지만 노력과 성실함을 무기로 세상과 부딪혔던 많은 미생의 사회초년생에게 ‘이거 내 이야기다’라는 공감을 받고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과거의 묵묵하고 치열하게 버텨낸 미생이든, 지금의 자기 목소리를 내는 MZ든 누구에게나 결코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직장에서 퇴사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조용한 퇴사’는 직장의 고단함에서 택한 그들만의 자기방어가 아닐까.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닌 시대일지 모른다. ‘우리’가 중심이던 세상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세상으로 변화했다. 더 이상 회사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가 아니다. 자부심만 가지고 일하던 시기는 지났다. 일과 개인의 삶을 나누어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좋은 직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한때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였던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공직을 떠난 재직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이 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MZ세대를 피해야 할 혹은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물음에 업무의 목적과 필요성, 그리고 수많은 사람 중 왜 자신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답을 주어야 한다.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더불어 일은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나의 성장과 삶의 의미를 찾는 중요한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과거처럼 공직에 대한 봉사하는 소명의식과 사명감, 자부심만으로는 그들을 붙잡아 두기 어렵기에 우리 광주시도 새내기 공무원들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먼저 지난해 신규 공무원을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공문서 작성법, 민원응대법 등 업무에 관한 것부터 휴가, 급여, 후생복지 제도 등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에는 망설여지는 것들을 선배 공무원의 노하우를 더해 한 권에 담아내었다.

올해는 ‘청년 공무원, 세계로’ 정책연수를 새롭게 시행했다. 해외 선진 정책 체험으로 시정현안의 성공적 추진과 동시에 청년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공직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신규임용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대학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복무조례를 개정해 일과 생활에 균형을 맞추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재직기간 10년 미만 공무원을 위한 특별휴가를 신설했다. 저연차 공무원의 사기를 북돋고 단순한 휴식이 아닌 발전의 기회로 만들 것이다.

지난 8월 23일 2024년 제1회 광주광역시 지방직 공무원 임용시험 최종합격자를 발표했다. 4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105명의 인재들이 우리시로 공직의 첫발을 들여놓는다. 각자의 마음속에 부푼 꿈을 안고 있을 것이다. 그 꿈이 꺾이지 않도록 인사부서의 장으로서 무겁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걸으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드라마 속 명대사를 전하고 싶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