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텔레그램의 두 얼굴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8월 27일(화) 17:31 |
2013년 8월에 출시한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 기반 비밀 대화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모았다.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은 송신자 기기(스마트폰 등)에서 메시지가 즉시 암호화되고 서버를 거쳐 수신자 기기에 도착하면 이때 복호화되는 기술이다. 메시지 송신과 수신까지 이어지는 경로(서버)를 수색해도 해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反)검열’을 중시한 그의 전략에 텔레그램은 비밀 대화가 필요한 소통 창구 대명사로 떠올랐다.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세계 각지에서 민주화운동이 진행되는데 전문 메신저로 쓰였다. 이러한 인기로 텔레그램 전 세계 월 사용자 수가 9억5000만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뛰어난 보안성은 ‘익명 범죄 온상’이라는 오명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수사망에도 피할 수 있어 마약 밀매, 성 착취 영상물 유포 등 범죄 가해자 대부분은 소통 창구로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2019년 ‘N번방’ 또는 ‘박사방’으로 알려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 했다. 당시 조주빈 등이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했다.
텔레그램은 2024년 대한민국을 다시한번 패닉에 빠트리고 있다.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집단 성범죄’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심층 학습을 뜻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합한 단어로, AI로 만든 가짜 콘텐츠를 말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내려받은 얼굴 사진에 음란물의 나체 사진을 합성한 ‘성범죄물’을 텔레그램에 대량 살포한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 상황이라지만 광주·전남에서도 가해자가 나올 정도다. 디지털 기술 발달이 범죄의 저연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가해자 상당수가 가벼운 놀이나 용돈벌이로 했다니 기가 차다. 사실상 익명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이 SNS의 ‘우범지대’로 전락한 것이다. 텔레그램이라는 자유소통 공간이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익명이라는 ‘악의적 자율’을 억제할 합법한 제재 강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