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경찰로 책임 통감…순찰 인력 부족도 한 원인"
●지역 경찰이 바라본 하동 순찰차 사망사건
장시간 방치된 40대 여성 숨져
“장비 관리 소홀이 1차적 원인”
대도시-농촌, 배치인력 큰 격차
기동순찰대 신설 인력난 부추겨
2024년 08월 22일(목) 18:37
22일 오후 광주 동부경찰서 앞에 순찰차가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지난 17일 경남 하동에서 40대 여성이 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경찰이 근무 수칙을 준수했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광주·전남 경찰은 ‘같은 경찰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농어촌지역 경찰 인력 부족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2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남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적장애인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11분께 문이 잠기지 않은 순찰차에 들어갔고, 36시간만인 17일 오후 2시9분께 출동하던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다. 모든 경찰 순찰차는 범죄 혐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뒷좌석에 손잡이가 설치되지 않아 안에서 문을 열 수 없다. 안전 칸막이가 설치돼 앞좌석으로 넘어갈 수도 없는 구조다. 이를 모르고 탑승한 A씨는 고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순찰차의 문을 잠그지 않은 점과 근무 교대 과정에서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차량 관리 소홀 및 근무 태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 경찰은 하동 순찰차 사망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남의 한 경찰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될 비극적인 사건이다. 장비 관리 등에 소홀했던 것이 1차적인 사고의 원인”이라며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자성하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장 인력 부족이 사망사건을 초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해당 파출소는 2대의 순찰차를 운용하는데 근무 인력은 4명에 불과해 1대의 순찰차가 장시간 출동하지 않아 여성의 탑승 및 사망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농촌지역 경찰 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경찰청은 관할 지역 규모에 따라 경찰서를 1·2·3급지로 구별한다. 1급지는 대도시 경찰서, 2·3급지는 중소도시 경찰서 등이다. 급지에 따라 배치되는 인력 규모도 달라진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진교파출소는 3급지에 해당한다.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 3급지 경찰서가 가장 많다. 전남에는 △1급지 경찰서 3곳, 파출소 46곳 △2급지 경찰서 5곳, 파출소 54곳 △3급지 경찰서 14곳, 파출소 110곳이 운영되고 있다. 치안 수요에 따라 인력 배치에 차등이 생기는 구조이다 보니 2·3급지의 경우 순찰 인원 충당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남의 한 간부 경찰은 “농촌지역은 범죄 신고 자체가 적다 보니 주·야간에 각 2명 정도의 순찰 요원이 활동 중이다”며 “치안 수요가 많은 1급지 위주로 많은 인력이 배치되다 보니 2·3급지 관할 지역의 경찰 인력은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대도시인 광주의 경우 대부분 1급지로 일부 파출소의 경우 출동할 순찰차가 부족할 정도다.

광주의 한 경찰은 “광주 일선 경찰서의 경우 대부분 1급지로 치안 수요가 많아 인력과 수요 대비 순찰차가 부족하다”며 “송치·방범·순찰 등의 업무가 이어져 차량이 쉴새없이 출동하며 근무일지와 시스템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의 대규모 조직 개편도 인력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도심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은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기동순찰대는 사건을 접수받아 출동하는 지구대·파출소와 달리 범죄 예방 목적의 순찰 활동에 집중한다. 문제는 기동순찰대로 차출된 인원들로 인해 정작 현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전남의 한 경찰은 “의경 제도 폐지와 더불어 기동순찰대 신설에 따라 젊은 경찰 인원이 다수 차출돼 3급지 경찰서는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 하동 순찰차 사망사건은 관리 소홀과 함께 경찰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어쩌면 전남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밝혔다.
정상아·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