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상습 마약 혐의 징역 2년 추가
2024년 08월 22일(목) 11:44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신 모씨가 지난해 8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신 모씨는 앞서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마약 간이 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오자 치료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뉴시스.
수면 마취 약물에 취해 운전 중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일명 ‘롤스로이스 남성’이 ‘병원 쇼핑’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징역 2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22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추차기소된 신모(2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약물중독 치료 프로그램 재활 이수와 1200여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심각하게 중독된 피고인의 투약은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길거리에서 사람을 치고서야 끝났다”며 “반복 운전해 사람을 사망케 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유사 사례보다 양형을 세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오랫동안 의료기관에서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다량 투약했다”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거절당하자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투약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하고 수차례 운전했다”며 “2023년 8월2일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해 길거리에 있는 사람을 사망하게 하고서야 (운전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는 “피고인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심각하게 중독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7년에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유 판사는 신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사건 재판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개의 죄 중 가장 중한 죄의 형으로 처벌하는 ‘경합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 판사는 “신씨의 변호인이 별건 형사재판을 양형사유로 주장했는데 법률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아 경합범 관계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감경 사유로 삼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당시 27세)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뇌사에 빠진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했다.

이후 지난 4월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의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소위 ‘병원쇼핑’ 방법으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하고 그 과정에 타인 명의를 도용한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신씨는 도주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도주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년으로 형이 줄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