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양궁협회, 그리고 서글픔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2024년 08월 21일(수) 18:31 |
그들의 엄청난 집중력과 승부에 대한 강한 욕망, 흔들림 없는 굳건함 등은 경기를 보는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대한민국 양궁협회에 대한 칭찬과 큰 존중도 뒤따랐다.
대한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고, 국가대표는 이전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뽑는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미리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이런 체계화는 여러 사람들의 지혜와 의지가 모아져 이뤄졌겠지만 그 중에서도 양궁협회의 수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세인들의 중론이다.
정 회장은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등 3가지를 갖춘 리더로 규정된다.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한 양궁 발전 기반을 더 고도화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글로벌 스포츠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각과 혁신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특히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한국 양궁 체계를 고착화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대회 때마다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을 적용했고, 이번 파리대회를 위해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 기존 기술은 업그레이드하고, 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장비 등을 지원했다.
강자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재능이 있다고 전부가 아니다. 그것을 받쳐줄 사회, 그 속에서도 공정한 시스템이 있어야만 인재들이 꽃을 피운다.
이렇게 양궁협회의 시스템에 박수를 치다가도, 금메달을 목에 건 상태로 배드민턴 협회에 불만을 말하던 안세영 선수가 떠올라 어쩐지 서글퍼지고 먹먹해진다.
그녀가 배드민턴이 아닌 양궁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협회가 양궁협회 같은 시스템을 채용했다면 어땠을까.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가 알고 있을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