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열 스트레스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8월 20일(화) 18:00
한국의 더위는 어느 수준일까? 한국으로 유학 온 동남아 학생의 최근 인터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끔찍하다”라는 유학생의 비유에 한반도의 여름 더위의 위력을 실감해서다. 유학생은 “동남아는 비가 오거나 밤이면 그래도 선선한데 한국은 비가오고 밤이면 ‘습식 사우나’같다”고 부연했다.

여름이면 한반도의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오르면서 체감 더위의 기세가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한다. 기상청은 최근 폭염의 원인중 하나로 습도를 주목했다. 기후학계는 공기중 상대습도를 반영한 일명 ‘습구온도’가 최근 12년새 1도가량 올랐다고 한다. 온난화로 인한 최고기온 증가폭(0.75도)보다 1.4배 상승추세다.

습구온도가 높으면 땀을 통해 열을 식히기 어려워 열사병 같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한다. 올여름 습한 폭염과 열대야로 지난 12일 기준 240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21명이 사망했다. 가축도 70만 마리가 폐사했다. 습구온도가 섭씨 35도, 습도 100%일 경우 땀을 증발하지 못해 6시간내 사망한다는 끔찍한 연구결과도 있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습한 도시일수록 더위의 강도는 더 강해진다. 최근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로 불리는 광주시가 대표적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15~2024년 5~9월 일 최고체감온도(전국 66개지점, 8월 7일기준)는 광주가 29.52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날씨라면 광프리카를 넘어 ‘사우나 광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습한 더위는 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습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 현재(1979~2014년) 우리나라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28.1도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빠른 산업기술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한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이번 세기 후반(2081~2100년) 35.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들이 인공그늘막 등 폭염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습한 폭염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를 막는 건 한계다.

더위가 살인적이다.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여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닥칠 더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다. 올여름 맹위를 떨쳤던 열 스트레스가 이젠 ‘열 공포’로 다가올까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