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에 헌신한 선조들의 피와 땀 물거품 만든 것”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광복회 광주지부 반대 목소리
지역 독립운동가 후손들 ‘분개’
시민단체 “日 위한 역사쿠데타”
광복회 광주지부 반대 목소리
지역 독립운동가 후손들 ‘분개’
시민단체 “日 위한 역사쿠데타”
2024년 08월 13일(화) 18:47 |
13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복회 광주시지부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왼쪽부터 고욱 광복회 광주지부장, 고병돈·유경식·민수웅씨. 윤준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했다. 김 관장은 지난 2022년 8월 ‘끝나야 할 역사전쟁’이라는 책을 내고 과거 정부의 친일 청산 작업을 폄하하고 안익태·백선엽 등 친일파로 규정된 이들을 옹호한 바 있다.
13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복회 광주시지부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배포한 민영진 선생의 후손 민수웅씨는 “김형석 관장이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신성한 자리에서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기리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의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항일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다 일제로부터 고초를 겪은 고영완 선생의 후손 고병돈씨도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는 특정 집단이나 인물의 견해에 맞춰 재단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독립기념관의 정신과 사명을 올바르게 이행할 수 있는 인물로 임명해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광복군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했던 유한휘 선생의 후손 유경식씨도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물로 이념적 편향성과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는 인물”이라며 “대한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의 피와 땀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허무하다”며 탄식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도했던 고인석 선생의 아들 고욱 광복회 광주시지부장은 “진보와 보수 정치적 가치관의 대립을 떠나 독립운동의 정신은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김형석 관장의 역사관은 대한민국 헌법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제 패망 당시 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조선에 식민교육을 심어놔 옛 조선의 영광을 찾으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라는 망언을 남겼다. 80여년이 지난 작금의 사태를 보면 그의 망언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중차대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우리 스스로 왜곡과 오류를 범하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며 분개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전남지역 103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제7회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앞두고 광주시의회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대일본 저자세 외교 중단 및 친일 역사 쿠데타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광주·전남 107개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친일파를 옹호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한 것은 일본의 앞잡이 노릇도 모자라 일본을 위해 역사 쿠데타를 벌인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단체는 “지난해에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며 욕보이더니 최근에는 독립운동자 단체의 반대에도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며 “김 관장은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옹호하고 대한민국 건국 일자를 왜곡해온 인물이다. 그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옹호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관장은 취임 당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 중 억울하게 매도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망언하기도 했다”며 “독립기념관의 존재 이유와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후안무치한 짓은 할 수 없다. 어느 정권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친일과 항일 역사를 물구나무 세우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선열들의 자주독립 정신이 못마땅한가, 선열들의 항일독립운동이 부끄러운가”라며 “우리는 윤 정권의 친일 역사 쿠데타 시도를 기필코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