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 제고 열쇠는 ‘이동권 보장’
매년 광주·전남 사고건수 3000건
65세 이상 면허 반납률 2% 미만
“대체 이동 수단 없고 생계 지장”
교통카드 등 보상액 턱없이 부족
“‘바우처 택시’ 등 현실적 지원을”
2024년 08월 12일(월) 18:36
지난달 26일 낮 12시5분께 광주 대인시장 주차장에서 SUV가 돌진해 담벼락과 건물 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최근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동권 미확보 등을 이유로 참여율이 극히 저조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2일 광주·전남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1~2023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1만 341건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광주 1039건·전남 2355건, 2022년 광주 1193건·전남 2216건, 2023년 광주 1153건·전남 2385건으로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증가로 지난 5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고위험 운전자 관리 방안으로 ‘조건부 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령자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특정 기준에 미달하면 야간 운전, 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동권 제한’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고령 운전자를 ‘고위험 운전자’로 수정한 뒤 계속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부터 광주·전남을 비롯한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은 수년째 2%대로 저조한 상황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수는 2020년 8만7625명에서 2023년 11만1286명으로 3년 사이 2만명 이상 늘었다. 전남도 역시 2020년 15만4906명에서 2023년 19만5588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중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자 수는 2022년 6615명, 2023년 6093명으로 매년 전체 소지자의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운전면허증 반납을 권고받고 있는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은 이동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납을 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광주에서 화물 운송을 하는 이정섭(67)씨는 “현재 운전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 발생 위험률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하는 것은 강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고작 몇십만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오는데, 그것만 보고 당장 생업을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실적으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도록 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전남으로 귀농한 김종성(72)씨는 운전면허증 반납에 대한 논의 보다 ‘이동권’이 먼저 보장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시골에서 읍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고 40분을 나가야하는데 배차만 하더라도 기본 1시간이 넘는다”며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게 되면 차로 20분인 거리를 2시간가량 고생해서 가야하니, 누가 면허를 반납하려고 하겠나”고 말했다.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마다 면허 반납시 20만~50만원 내외의 교통카드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보상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매년 100여명의 자진 반납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1회에 한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제공한다. 택시와 버스·택배 등 운송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자진 반납을 외면하는 이유다.

최근 전남도는 보상액을 떠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정책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여수시 등 전남 일부 지자체는 ‘바우처 택시’ 운영에 나섰다. 평상시에는 일반택시로 영업하다 65세 이상 어르신 등 교통약자의 이용신청이 있을 경우 바우처 택시로 전환돼 서비스를 제공한다.

목포시와 해남군 등에서는 차선 변경을 하거나 전방 차량과 근접해 운행을 하는 경우 경고음을 울려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차선이탈 경보장치를 지원해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 건설교통국 관계자는 “전남도의 경우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한 만큼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농어촌 등 교통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빠르게 도입해 사고 발생을 줄이고 안전 확보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