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치킨게임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cdstone@jnilbo.com
2024년 08월 11일(일) 17:48 |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
치킨 게임은 그야말로 ‘이판사판’의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될 때 떠오르는 표현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소련의 극단적인 군비경쟁을 비꼬는 표현으로 등장하면서 국제학 용어로 굳어졌다. 지금은 이해 당사자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실공방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시간) 시상식 직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부상 관리 부실, 비효율적 훈련 방식, 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대회 출전 등 협회 운영을 저격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협회는 임원단이 귀국한 지난 7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안세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무릎 부상에 대해 오진이 있었다는 안세영의 주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진료를 받은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대한체육회 기자회견 불참 지시, 복식 경기 출전 종용, 벌금 회피를 위한 국제대회 참가 지시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올해 안세영을 전담했던 한수정 트레이너와의 계약 종료에 대해서도 계약 연장을 제안했으나 한 트레이너가 파리행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안세영은 지난 7일 귀국 인터뷰에서 “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것”며 별다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다음날 SNS에는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받은 후 제 생각과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혀 협회와의 갈등 2라운드를 예고했다.
협회를 저격하는 폭탄 발언을 터트린 안세영과 그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 협회의 진실 공방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