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올림픽 제패’ 안세영… 작심 발언 쏟아냈다
결승 직후 믹스트존·기자회견서
잇따라 대한배드민턴협회 직격
선수단 보호 관련 아쉬움 토로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은 불참
“권력보다 소통 이야기하고파”
2024년 08월 06일(화) 13:37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이 지난 5일(한국 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He Bingjiao·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한 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협회의 선수 보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 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정상에 오르며 배드민턴 여자 단식 4대 대회를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에 아시아선수권대회만 남겨두게 됐다.

안세영은 결승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꿈이 이뤄지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 숨이 쉬어진다”며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새벽과 오전, 오후 훈련을 하면서 체력 관리에 집중했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를 상대하다 무릎 부상을 당했다. 부상을 참고 경기를 이어가며 단체전과 여자 단식에서 2관왕을 차지했으나 귀국 직후 검진에서 슬개건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고, 2개월여 통증이 이어지자 재검을 받았으나 짧은 시간에 좋아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부상 때문에 매 순간 두려웠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었음에도 안일하게 생각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실망했다”며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너무 크게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얘기를 잘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며 “저는 계속해서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제 기록을 위해 국제 대회를 출전하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어떻게 해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믹스트존 인터뷰에 이어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팀 관리 소홀이 결국 국제 대회 경쟁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견딜 수 있다. 국가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게 되는 것은 선수들에게 야박하다”며 “협회가 모든 걸 막고 있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음에도 금메달 한 개 밖에 안 나온 결과를 보고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 대한 여파는 컸다. 김학균 감독이 “국가대표팀이 아닌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화살을 돌렸고,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몸 상태와 일정에 맞춰 모든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 출전을 강요한 적은 절대 없고, 부상을 방치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 차원 조사도 예고됐다.

안세영은 코리아하우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하는 대신 SNS를 통해 재차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에 또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 언젠가는 이야기드리고 싶었다”며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