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상가, 시설 개선·업종 다양화 이뤄져야"
총 499개 점포 중 84곳 '공실'
지자체 지원사업 단발성 그쳐
50대 이상 상인 78% '고령화'
의류·신발 등 판매상품 획일적
"콘텐츠·다양성 확보방안 시급"
2024년 08월 05일(월) 18:35
광주 지하도상가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 빈 점포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천장에서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주 지하도상가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유동 인구 감소, 경쟁력 있는 콘텐츠·다양성 부족, 상인 고령화, 시설 노후 등의 이유로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충금지하상가에 빈 점포가 늘어서 있다.
광주 지하도상가(지하상가)가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유동 인구 감소, 상인 고령화, 시설 노후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콘텐츠 발굴과 업종 다양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광주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남지하상가 371개, 충금지하상가 128개 점포 중 금남 47개(금남 2공구 동구청 사업지구 39개소 포함), 충금 37개의 점포가 공실이다. 지난 2021년 21개였던 충금지하상가 공실은 지난해 36개로 증가했고, 2022년 14개였던 금남지하상가 공실은 지난해 4개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8개로 다시 늘었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사정이 낫지만, 수년간 점포가 비어있는 금남2공구, 충금지하상가 주변은 상권이 쇠락한 지 오래다.

이에 광주도시공사와 지자체 등은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늘리고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발성에 그치는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상인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21년 2건이었던 지하상가 활성화 사업은 2022년 8건, 2023년 1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라온페스타’나 ‘금남 문화의 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행사기간 잠깐 운영되는 단기 사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상인 고령화, 업종 획일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콘텐츠·다양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등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하상가 계약자 연령별 현황을 보면 상인들의 평균연령은 57.98세로, 전체 상인 398명 중 50세 이상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40세 이상을 포함하면 전체의 92%가 40대 이상이다. 반면 20세 이상은 2%, 30세 이상은 6%에 불과하다.

점포도 △의류 266개소 △신발·가방·잡화 등 59개소 △화장품·액세서리 29개소 등 비슷한 업종이 전체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카페나 음식점은 단 한 곳도 없다. 고정 소비층 역시 고령화돼 있어 판매 상품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지하상가는 실질적으로 상권이 맞지만, 법적으로는 도로에 해당해 양도·양수·전대 행위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임차인 명의변경이 자유롭지 못하고 시설에 대한 권리금 등도 주장할 수 없어 일부 상인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시설 역시 노후화가 심각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 소비층을 제외하면 지역민들에게 지하상가는 ‘연결 통로’ 정도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마트·백화점과 차별화된 ‘지하상가만의 매력’을 발굴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역민들이 ‘지하상가는 노후됐다’는 인식을 버릴 수 있도록 시설을 보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상인들의 ‘변화 의지’와 함께 소비층 확대를 위한 업종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근본적인 장기침체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민의 소비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어떻게든 유동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소비층이 떠나지 않도록 발길을 붙들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끌어들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종인 충금지하상가 상인회장은 “활성화 대책이 부족한 것도 맞지만 예산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하상가에 들이는 돈이 적으니 시설 보수며 활성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는 어느 자영업자에게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은 특히 고객 및 매출 감소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장기 불황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 라온페스타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상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다. 영업보상 비용 부담과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지하상가 전체 리모델링이 무산된 바 있지만, 광주시에서 지하상가 전체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며 “또 올해 말 금남 2공구 동구청 사업지구에 미디어테마 콘텐츠체험관·빛의 뮤지엄이 들어설 예정이다. 체험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지하상가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