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국가 존재의 이유
2024년 08월 04일(일) 16:38 |
헌법은 국가의 원초적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 명시했다. 그중에서도 생명 보호가 일차적이다.
단순히 자연재해, 전쟁으로부터만 국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지키는 것도 국가의 책무인 것이다.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헌법 제69조 명시된 취임서를 낭독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대통령직 수행의 근간인 대한민국 헌법도 전문에서부터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을 대통령의 책무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지난달 15일은 채상병 사망 일주기였다. 그의 죽음은 일 년 사이 정쟁의 중심에 있었다. 채상병의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발표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의 초점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는가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가 들어선 지금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모든 논의가 특검으로 좁혀지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정말 재난 실종자 구조작전에 나섰던 한 군인의 죽음이 정쟁의 소재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국가의 책임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채상병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난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기 일쑤였다. 10년 전 2014년 세월호 참사부터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오송 참사까지.
더 이상 국가는 모든 재난을 본인들의 정치적 생명을 영위할 정쟁의 도구로 쓸 것이 아니라 국가적 컨트롤 시스템의 부재와 이후 대처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등 유사한 문제점들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재난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곧 헌법이 말하는 정의이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