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발표 직전까지도 대부분 참모들 몰랐다
민주당 "바이든, 최고 애국자로 기록될 것"
공화당 "안보 우려, 대통령직도 사임해야"
2024년 07월 22일(월) 10:06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의 케이베일리 허치슨 컨벤션에서 열린 제71회 알파 카파 알파 여성 클럽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 사퇴 발표 직전까지 대부분 참모들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민주당 측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고, 공화당 측은 현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X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후보 사퇴를 발표하기 1분 전까지도 대부분의 직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늦게 스티브 르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전략가 등 최측근 두 명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 있는 휴가용 주택으로 호출하고 후보 사퇴 성명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 제프리 D.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 캠페인 위원장 젠 오말리 딜런 등에게 전화하고 X를 통해 사퇴 발표를 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백악관 직원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보도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 소수의 사람만이 옆에 있었으며, 몸이 아프고 쉰 목소리로 카메라 앞에 나서기보다는 서한으로 자신의 결정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은 사퇴 발표 직전 백악관 서쪽 윙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관리하는 애니타 던을 포함한 백악관과 캠페인 고문들에게 영상 통화로 사퇴 사실을 알렸으며 발표 후에는 선임고문을 비롯한 참모들과 의회 지도자, 다른 동맹들에 전화로 자신의 사퇴를 알리고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고도 전했다.

바이든의 사퇴 소식에 민주당 측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간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바이든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동시에 소중한 친구이자 협력자”라며 “오늘 우리는 그가 최고의 애국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비범하고, 역사를 만든 대통령이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사심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적었으며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그의 결정은 쉽지 않았겠지만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나라, 자신의 당,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우선시했다. 진정한 애국자이자 위대한 미국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의사 발표 직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조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도 없다. 그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 11월5일(대선일)이 오기를 너무나 고대한다”며 대통령직 사퇴를 요구했다.

스티브 데인스(몬태나)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이 더 이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면, 그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임을 공식적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서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철수, 국경 위기, 엄청난 인플레이션, 해외에서 약화된 미국 등 바이든이 저지른 모든 실패는 해리스와 함께 이뤄졌다”며 “해리스는 백악관에서 재앙이 될 뿐만 아니라, 바이든이 재임 중 건강 악화를 은폐하는 것을 도왔다. 이는 그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한편 만 81세의 나이로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를 통해 대선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안으로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20일 정오까지 임기를 수행하며 민주당은 내달 19~22일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