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16개 시선
네 곁에 있어 줄게
류기인 외 15인 | 온기담북 | 1만8000원
2024년 07월 18일(목) 17:40
네 곁에 있어 줄게.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류기인 부장판사는 1년간의 소년부 업무를 마칠 즈음, 소년재판 및 보호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관심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다. 소년재판 담당 법관으로서 비행 청소년에 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생각보다 크고 깊은 현실에서,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사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게 만든 엄마, 아빠가 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는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제가 벌을 받아야 해요?”

수시로 소년재판을 받다가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게 된 아이가 항변하는 이 말을 철딱서니의 단순한 원망으로 듣고 지나칠 수는 없다. 어떤 아이라도 폭력과 학대, 무관심과 방임, 외로움과 두려움, 배고픔 가운데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런 성장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문제가 생기면 근본 원인을 살피고 성찰하기보다는 문제가 된 사안 자체를 하나씩 가능한 빨리 제거하거나 수습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격리와 배제로 담장이나 격실에 철통같이 가두는 방안이 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이유다. 이런 접근으로는 결국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악화하여 악순환의 무한반복에 갇히고 만다. 소속 기관과 업무, 삶의 배경이 저마다 다른 열여섯 저자들이 일관되게 ‘비행 청소년을 우리 곁에서 단호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다. 저자들은 우리의 곁을 내주고 우리가 곁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