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댓글부대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7월 18일(목) 17:2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한 ‘댓글팀’운용 의혹이 제기됐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후보 여론조작팀으로 의심되는 네이버 계정 24개와 댓글 6만개를 확인했다는 폭로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과 맞먹는 대형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댓글팀 의혹’에 한 후보는 일절 관여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내 경쟁자(당대표 후보)들과 야권까지 합세해 떳떳하면 특검을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댓글팀’ 용어가 다시 거론된 건 지난 2014년 불거진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이후 10년만이다. 과거 대형 여론조작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서강바른포럼(후일 친박포럼)이 주도했다는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 사건 (2006년)’, 김용철 변호사는 장충기(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가 지휘하는 150명의 댓글 정직원이 있다고 제기한 ‘삼성그룹 댓글 조작(2008년)’, 국가기관이 댓글부대를 동원했다는 ‘국가정보원·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2009~2012년)’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2014~2019년)’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여론조작으로 구속됐다.

기자출신인 장강명 작가는 지난 2015년 소설 ‘댓글부대’를 펴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조작을 통한 선거개입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소설이다. 지난 4월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도 개봉됐다.

영화 ‘댓글부대’의 영문 제목은 ‘트롤 팩토리(Troll Factory)’다. 트롤(Troll)은 ‘인터넷 문화에서 고의적으로 논쟁이 되거나, 선동적이거나, 엉뚱하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 또는 공격적이거나 불쾌한 내용을 공용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고 모임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영문 제목은 이런 트롤들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뜻인 셈이다.

과거 포털사이트의 검색 순위는 곧 여론이었다. 댓글 조작 논란으로 포털 검색순위가 사라졌지만 순위에 오르기 위해 ‘댓글 조작’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엄청난 뉴스가 생산·재생산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짜 뉴스, 댓글 조작 등이 사회적 문제다. ‘AI 페이크뉴스’까지 등장하는 요즘, 팬덤과 매크로로 댓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최적화됐다. 세상이 갈수록 혼란스럽다. 확증편향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댓글부대’가 재등장한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없는 혼돈의 시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