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전쟁 인한 식량 가격 상승, 경제적 어려움 등 선거 결과 영향
<49>유럽의회 선거와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연합 회원국 우파 통합하면 유럽의회 두 번째 큰 블록 구성 가능
유럽 의회의 권력 균형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보이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수많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변화 변수 존재
극우 세력 입지 강화, 러시아에 대한 유럽 정책 변화 가능한 신호
유럽연합 회원국 우파 통합하면 유럽의회 두 번째 큰 블록 구성 가능
유럽 의회의 권력 균형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보이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수많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변화 변수 존재
극우 세력 입지 강화, 러시아에 대한 유럽 정책 변화 가능한 신호
2024년 07월 18일(목) 16:41 |
유럽의회 선거가 6월 6~9일 치러졌다. 사진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장 모습. |
첫째, 이번 유럽의회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 현황은 어떠한가? 독일에서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독일 역사상 최악의 득표율(14석-13.9%)로 3위를 기록했다. 보수적인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이 29석(30.0%)으로 1위,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은 15석(15.9%)으로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의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30석(31.8%)의 득표율을 얻어 승리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 당이 13석(14.6%)으로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선거 결과로 국회가 해산되어 6월 30일과 7월 7일 2차에 걸쳐 조기 총선이 치러졌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와 자국 의회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뒤 취약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정치적 위기는 NATO에 심각한 우려의 원인으로 간주되며, 프랑스의 우익 정당의 강화는 미국의 모든 반 러시아 계획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프랑스 정부 구성과 정치 블록 형성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벨기에에서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플랑드르의 주권을 옹호하는 우파가 1위, 두 번째 자리는 총리가 속한 자유민주당이 차지했다. 그 결과 정부는 모두 사임했다. 반이민 우익 정당은 네덜란드, 스페인, 그리스에서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Fdl)이 28.77%를 득표해 중도좌파인 민주당(24.0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의회에서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멜로니는 러시아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유로회의론자들의 연합인 극우 단체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 전체 720석 중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소속된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이 188석으로 1위,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36석을 차지했다. 이는 유럽의회의 주요 입법 노선이 변경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친유럽과 친우크라이나 정책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총 45석을 잃었다. 이는 극우 성향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 58석)와 강경 우파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 83석)인 유로회의론자에게로 갔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득표율이 크게 상승하였다. 이들은 민족주의 사상을 홍보하는 우익 정당이다. 두 정당만 합쳐도 의회에서 141석을 차지하게 되어 유럽의회의 두 번째로 큰 블록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나토(NATO), 미국, 러시아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많아 단결이 어려울 것이다.
대신 프랑스 극우 정당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 우익 정당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에 합류할 예정이며, 이로써 유럽 의회에서 ECR보다 많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블록이 될 전망이다.
둘째, 이번 유럽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의미는 무엇인가? 여러 유럽 국가에서 나타난 선거 결과는 여당의 현재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유럽 사람들의 실제 분위기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선거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이민 문제 등으로 인해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투표 결과가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군대 파병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유럽 지도자에 대한 단호한 ‘아니오’는 그 자체로 반전 감정의 지표이다. 이러한 반응을 계기로 입지를 강화한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정권을 잡거나 여당 연합의 파트너가 된다면 현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무기부터 제공되는 경제적 지원, 이 국가에서 구입한 밀, 전쟁을 피해 도망치는 우크라이나 시민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제가 재평가 대상이 될 것이다. 선거 결과로 인해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을 재고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투표는 또한 유럽인들이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인의 이익을 우크라이나인의 이익과 동일시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으며 마크롱과 숄츠가 주장하는 것처럼 ‘문앞에서의 전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럽의회 선거 직전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의 내부 여론조사에서는 독일 유권자들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고 싶지 않는다. AfD은 우익 극단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며 대서양주의 의제 대신 독일 주권을 장려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AfD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대리전이 무익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AfD 군나르 벡 유럽의회 의원은 “우익 정당이 성장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결과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의 친우크라이나 입장이 유럽을 대륙 간 전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시민들 사이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한몫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오른 것은 우크라이나 분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시켰다. 2022년에는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발전비용이 급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발발과 동시에 이 두 주요 농업 국가의 곡물 생산량은 감소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의 급속한 상승에 기여했고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기본 식품 및 에너지 제품 가격은 임금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독일은 자국 경제에 대한 반러시아 제재의 피해를 인식했다. 반러시아 제재는 독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독일은 계속해서 급격한 경제적 쇠퇴를 겪고 있으며, 2024년에는 독일의 거의 모든 주민이 이를 느낄 것이다. 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은 비록 느리긴 하지만 임금의 일부를 잠식하고 있으며, 실업자 수는 매달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거부한 것이 독일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군사적 지원 부담으로 인해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어떻게든 우크라이나 편에서 분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크롱의 최근 발언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인들은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실 프랑스인들은 이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부 의제에 훨씬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셋째, 이번 유럽의회 선거 후 유럽연합의 러시아에 대한 정책 전망은 무엇인가? 유럽 ??의회의 권력 균형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유럽인민당(EPP)은 여전히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은 내년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선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정책과 전략이 크게 좌우되는 곳이 바로 이 기관이다. 유럽의회는 유럽을 이끌 권력을 가지고는 있지 않다. 유럽의회는 법안 승인에 참여하지만 독자적인 입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유럽의회는 유럽 조약을 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의 대외정책을 결정 및 수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럽의회에서 ‘정체성과 민주주의(ID)’와 강경 우파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합치면 2위에도 불구하고 우파가 단일 전선으로 유럽인민당(EPP) 다수에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 동시에 오르반 국가 원수가 속한 헝가리 피데스(Fidesz) 정당, AfD와 기타 여러 소규모 정당만이 러시아에 대해 제한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쳐도 러시아에 대한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정치학자 안드레이 페를라는 “이 우익 의원들은 표를 얻기 위해 러시아 연방에 동조하는 척만 할 수 있다. 공무원은 유럽의회에서 필요한 권한을 받으면 아무도 반러시아 정치 과정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 대표는 다시 러시아 연방에 반대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친구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 예로 2024년 6월 18일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에 SAMP-T 방공 시스템뿐만 아니라 장거리 스톰 섀도우 미사일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선거가 끝나자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한 이탈리아 총리 멜로니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 동시에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유럽 연구소의 루드밀라 바비니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 해제와 지원 약화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파가 좀 더 많아졌다고 유럽연합의 러시아에 대한 정책 변화에 환상을 품을 필요는 없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러시아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자하로바는 러시아에 대한 정책 변화가 특별히 예상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는 유럽의회에서 우익 정당의 인기가 역동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친유럽과 친우크라이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의회에서 비록 극우가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기에 여전히 동일한 중도주의 범유럽 연합의 손에 남아 있어서 유럽 선거는 별것 아닌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의 겉보기 안정은 국가 차원에서 수많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격변을 숨기고 있다. 우선 이는 유럽 정치의 두 주요 기관인 독일과 프랑스의 급격한 약화이다.
실제로 마크롱의 조기 선거 모험은 권력이 의회로 넘어가면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유럽의회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은 프랑스 총선 결과에 좌우된다. 놀랍게도 마크롱도 르펜도 아닌 좌파 블록이 프랑스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NATO를 탈퇴하고 EU를 완전히 개혁하기를 원하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승인했다.
또한 유럽의회에는 러시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진 의원들이 확실히 더 많아질 것이다. 극우 정당들은 경제위기가 악화되자 러시아와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군사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지만, 우익의 세력 입지가 강화함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가 그 규모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결국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 유럽의회는 통일의 외교 정책 방향을 결정하지 않으며, 대다수는 군사 지원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옹호하는 친유럽 세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회의 극우 세력의 입지 강화로의 선거 결과는 러시아와 협상을 위한 유럽 정책의 변화 가능한 신호로도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