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햄릿’ 등장… 공연계 부는 ‘젠더 프리’ 바람
2024년 07월 13일(토) 11:07
국립극단 연극 ‘햄릿’에서 햄릿 공주 역을 맡은 이봉련 배우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공연 소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에 기존 남성으로 고정됐던 역할들에 여성을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 바람이 불고 있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왕자 햄릿’ 대신 ‘공주 햄릿’을 내세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지난 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원작의 네덜란드 왕자 햄릿을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인 공주 햄릿으로 바꾼 작품은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20년 이미 기획됐지만, 코로나19로 개막 직전 공연이 취소되면서 온라인 영상으로만 공개됐다.

‘젠더 밴딩’을 시도한 ‘햄릿’은 연극계에 큰 파장과 호응을 불러왔으며, 햄릿을 연기한 배우 이봉련(43)은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공연으로 예를 들면 ‘젠더 밴딩’은 작품 속 캐릭터에 단순히 기존과 다른 성별을 캐스팅하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 일부의 성별을 완전히 바꾸고 그에 맞춰 내용도 새로 손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공연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은 점점 더 자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의 남성 신인 헤르메스 역에 배우 최정원이 캐스팅됐다. 헤르메스는 주로 남자 배우들이 맡아왔지만, 한국 공연 최초로 여성 헤르메스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올해 초 공연된 연극 아마데우스에는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질투에 휩싸인 살리에르 역을 차지연이 연기하기도 했다. 차지연은 앞서 뮤지컬 ‘더 데빌’, ‘광화문연가’ 등에서도 젠더 프리 연기를 했다.

이와 같은 젠더 프리, 젠더 밴딩 캐스팅은 지난 2018년 문화예술계 미투운동 이후 예술계 내에서 여성 문제를 고민하며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또 기존 작품 중 극을 이끄는 주체적인 역할이 남성인 경우가 많다 보니 공연계의 주 관객층인 2030 여성들의 젠더 감수성을 고려한 변화로도 볼 수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