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첫 SF극 ‘대리된 존엄’… “N차 관람 권해요”
극단 ‘두 번째 방법’ 최여림 연출
12~13일 예술극장 극장1 첫공연
인공자궁으로 출산하는 미래배경
인간자궁 제공한 대리모 ‘앨리스’
“현대사회서 훼손된 인간성 은유”
2024년 07월 11일(목) 17:55
ACC 첫 SF연극 ‘대리된 존엄’을 연출한 최여림 연출.
“SF 연극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현대사회에서 흔히 겪는 인간성 훼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오는 12~1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에서 초연되는 SF 연극 ‘대리된 존엄’을 연출한 최여림 연출은 ‘인간의 존엄성은 대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 연극은 지난해 ‘ACC 공연 레지던시 사업’을 통해 연극으로 개발된 작품이다. 최 연출과 함께 극단 ‘두 번째 방법’에서 활동하는 문정연 작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했으며 지난해 쇼케이스를 통해 낭독극으로 첫선을 보인 것에 이어 이번에 정식 무대를 선보이게 됐다.

특히 ACC에서 공연하는 첫 SF 연극으로 화제를 모은다.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넘어 보는 ‘SF 장르’는 문학과 영화 장르에서 더욱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공연의 라이브성과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미래의 상상력을 더한 가상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많은 한계가 존재하기에 연극 분야에서 SF 장르는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매체적, 공간적 한계성을 극복한 ACC의 SF 시리즈로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동시대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해본다.

연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공자궁으로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한 미래 사회, 돈 많은 낭만주의자의 니즈를 위해 인간의 자궁을 제공하는 대리모 산업의 한가운데 성실하고 예민한 소녀 앨리스가 있다. 가장 낮은 구역 출신인 앨리스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국가 최고기관인 왕립대리모센터에 입소하고 자신이 선진국의 전문직 부부에게 선택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대리모를 쓰는 부모 모임에 가입한 아내는 부모들이 대리모를 함부로 취급하는 느낌을 받고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앨리스의 임신을 중지하고 더 뛰어난 대리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정보에 갈등한다. 아기와 교감하며 임신 상태를 보내던 앨리스는 무사히 출산하지만, 부부에게 아기를 보내기 전 대리모 산업을 반대하는 테러단체가 왕립대리모센터를 점령하게 되는데….

연극무대에서 구현된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 연출은 미래적 모습을 실재적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관객들 각자의 상상력을 이끌 수 있는 요소에 집중했다. 최 연출은 “전형적인 무대가 없는 ACC 예술극장의 가변형 무대 특성을 어떻게 연출로 활용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비슷한 무대 환경을 찾아 연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서도 “미래사회 모습을 상상하는 것보다 관객들로 하여금 동시대 담론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상추튀김’과 같은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포인트도 재미 요소다.

연극은 결국 미래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팽배한 능력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최 연출은 “능력주의는 일상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다”며 “도시에서 소외되는 노약자, 임산부 등 소수 약자들과의 갈등이 결국 인간의 존엄성은 대리될 수 있는 문제인가 고민하게 한다. N차 관람을 통해 깊은 사유를 권한다”고 말했다.

관람연령은 13세 이상, 관람료는 전석 2만원이다. 예매 관련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12~13일 ACC 예술극장에서 초연하는 ‘대리된 존엄’ 한 장면. ACC제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