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장선의 귀향
이용환 논설실장
2024년 07월 11일(목) 16:53
이용환 논설실장
현대 사회에서 영화산업은 자본의 경연장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웨이 오브 워터’는 제작비만 우리 돈으로 6359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3시간인 아바타의 상영시간을 감안하면 1초 분량의 화면을 위해 5억 8879만 원을 쓴 셈이다. 복잡한 특수 효과로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도 5239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53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제작비를 기록했다. 영화 제작이 많은 이들에게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이유다.

그렇다고 엄청난 예산이 곧 영화의 성공은 아니다. 2012년 디즈니가 만든 ‘존 카터’는 제작비가 3454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3868억 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손해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는 1995년 기준으로 2417억 원을 투입해 3647억 원을 버는데 그쳤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박스오피스 봄’(box office bomb)이다. 한국에서도 심형래 감독의 ‘디워’나 김지운 감독의 ‘인랑’ 등이 투입된 자본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대로 적은 예산으로 성공한 영화도 많다. 우리나라의 ‘독립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개봉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1억 여 원의 예산으로 제작됐지만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알렸다. 2012년 개봉된 오멸 감독의 ‘지슬’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배우 장선과 이승원 감독이 호흡을 맞춘 ‘소통과 거짓말’에 투입된 예산은 400만 원에 불과하다. ‘제작비 400만 원으로 완성된 마법 같은 영화’라는 게 영화계의 평가다.

광주독립영화관이 13일 배우 장선의 독립영화를 모은 ‘장선 배우전’을 연다. 이날 ‘장선 전’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처음 상영되는 ‘겨울나기’와 함께 오는 31일 개봉되는 ‘샤인’의 시사회가 열려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영화 ‘소통과 거짓말’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장선은 광주가 고향이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비전노트를 ‘할매 크러시’라고 했다. ‘할매’가 되어서도 멋진 배우로 남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독점과 불균형, 획일성 등으로 비판받는 상업영화의 폐해, 그 한가운데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추구하면서 ‘할매 크러시’를 꿈 꾼다는 장선의 귀향이 반갑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