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아니야”···날벼락 참사에 시민들 불안감 호소
서울 시청역 차량 인도 돌진사고
유동인구 많은 도심 사고에 우려
길 걸으며 주위 살피고 운전 자제
“신속한 원인 파악, 대응 제시를”
2024년 07월 02일(화) 18:20
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 등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28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서 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1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에 많은 시민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사고가 발생한 탓에 시민들의 일상 속 공포도 커지고 있다.

시민 최모(50)씨는 “어제 밤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부터 찾았다”며 “서울에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 예상치도 못한 사고로 아들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걱정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인 김소연(24)씨는 2일 평소 출퇴근 때 타고 다녔던 차를 놓고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했다. 김씨는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기가 무서워졌다”며 “이제 장마 기간이라는데 빗길에 차량이 미끄러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분간 지하철을 이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대학생 나모(21)씨는 이른 아침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원을 가는 길에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고 했다. 그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평범한 사람들이 차량 돌진으로 변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덜컥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며 “나도 모르게 횡단보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주행 중인 차량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전날의 끔찍했던 사고 장면이 뉴스나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이를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모(22)씨는 “SNS를 통해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을 봤는데 내가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했다”며 “최근 광주에서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나서 그런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더 무섭다”고 호소했다.

광주에서도 차량 돌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터라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 3시께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서 승용차가 인도에 있던 10대 3명을 들이 받아 다치게 했다. 이 승용차는 다른 승용차와 충돌한 직후 인도로 튕겨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18일 낮 12시14분께 광주 동구 대인동 한 상가 건물 1층 카페로 승용차가 돌진해 1명이 사고 6일만에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반복되는 참사 속에 시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이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마치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례가 많고, 사고나 참사 소식을 접하고 2~3일 사이에 일상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장은영 호남대학교 심리상담학과 교수는 “돌발적인 사고 소식을 접한 경우 사람들은 본인이 대비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신속하게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대응 방안을 마련해 시민들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 교수는 이어 “광주 학동 참사, 이태원 참사, 최근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등 사회적 참사를 겪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며 “광주와 제주에 설립된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 국가의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에 소홀해 발생한 피해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