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침수 우려·폭염에 발길 끊긴 전통시장 ‘한숨’
장기불황·장마·무더위에 ‘삼중고’
쿨링포그 미설치 등 열악한 환경
“여름나기 폭염대책 마련해주길”
소비위축·날씨 탓 경기지표 하락
2024년 07월 02일(화) 18:12
장기불황에 장마와 폭염까지 겹치면서 지역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여름에는 장사가 안 되는데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차량 침수 등을 우려해 시장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을 찾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합니다.”

장기불황에 장마와 폭염까지 겹치면서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이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여름철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올여름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예년보다 더욱 나빠졌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장마철 꿉꿉한 날씨에 상인들은 선풍기를 틀거나 부채질을 하며 저마다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판매하는 상품이 상하지 않도록 얼음을 쌓아 올리고 바닥에 찬물을 뿌리기도 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과 장마에 손님은 크게 줄었지만 생계를 위해 장사를 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정모(65)씨는 “생선류는 여름철에 판매량이 적어 60% 이상 매출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며 “날이 덥고 비가 내리면 손님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니 전통시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매출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언제 누가 올지 모르니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이어 “장마철에는 침수 등을 우려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해 차량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며 “손님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지상주차장을 넓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양동시장의 한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기습 침수 차량 피해 방지 및 방범상 안전을 위해 연중 19:00~08:00 지하주차장 내 주차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하천 근처에 위치한 양동시장 복개상가 지하주차장은 지난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많은 차량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날 오후 찾은 동구 대인시장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주말 내린 비의 여파로 천장 곳곳에서 물이 새 가게 안으로 빗물이 떨어져 천막 등 가림막을 씌워놓는 곳도 있었다. 여름철 시장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쿨링포그도 설치돼 있지 않아 상인들은 “한여름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것 같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쌀 상회를 운영하는 양모(70)씨는 “올 여름 최악의 더위와 폭우가 온다는데 폭염 저감시설 등 대비책은 따로 없어 걱정이 크다. 벌써부터 물이 조금씩 새는 곳도 있는데 정비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최근 배수로를 확장해 침수 피해는 없지만 폭우 예보가 있으면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가장 걱정인 건 이 같은 열악한 시설 탓에 손님 자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푸념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홍모(76)씨는 “대인시장의 희망은 야시장인데 날이 덥거나 비가 많이 오면 사람들이 오지 않아 폐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상주차장 시설이 잘돼 있어 방문하기 편한데도 시장을 찾지 않는다. 폭염 대책을 마련해 줘야 여름에는 덥고 습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시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마와 폭염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지표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4년 6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체감 BSI는 46.3으로 전월 대비 11.2p 하락했다. 체감경기 악화 이유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날씨·계절성 요인 △유동인구 및 방문 인구 감소 요인 등이 꼽혔다. 7월 전망 BSI 역시 47.6으로 전월대비 15.4p 떨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지역 6월 체감 BSI는 36.7로 전월대비 5.1p 하락했으며 전남은 41.4로 22.4p 떨어졌다. 전망 BSI 역시 하락해 광주지역 7월 전망은 42.9로 전월대비 8.2p, 전남은 49.3으로 15.1p 각각 떨어졌다.

지난해 전통시장 경기동향 체감 BSI를 보면 5월 63.2에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50.9, 7월 40.7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올해 역시 5월 57.5에서 6월 46.3으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