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박관서>무안의 마을조사와 글로컬
박관서 시인·무안학연구소장
2024년 07월 02일(화) 17:56
“멋져요. 조사자와 조사대상자가 이리 따뜻하게 엉키는 모습이라니요~~^^”

무안마을조사연구원 간의 소통을 위한 SNS 채팅방에 이와 같은 위무와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지난 4월경부터 준비한 2024 무안군 마을자원조사 및 아카이브사업의 현장조사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안군의 각종 마을문화자원에 대한 온라인 아카이브 및 지역학 연구의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재작년부터 무안문화원에서 시작한 무안군의 마을조사 사업이, 작년에 무안 일로읍과 몽탄면을 마치고 올해는 청계면과 해제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원래 전남지역의 각 문화원 중심으로 지난 2022년부터 진행된 시군역사문화자원 발굴 및 교육사업을, 무안문화원에서는 무안 관내 9개 읍·면의 마을조사를 매년 2~3개 읍·면씩 2026년까지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설정해 실행하고 있다.

약 10여 년 전에 진행된 기존 마을조사 이후로 변화된 마을환경을 담아냄은 물론 문화콘텐츠로의 활용과 글로컬로 대변되는 마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과 기반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리해 마을조사의 결과를 단순한 결과물 책자나 인터넷 정보로 제공하는 정도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마을박물관 내지는 마을아카이빙 자료센터로 구성함은 물론 지난해에 구성된 무안학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마을조사는 무엇보다도 마을조사자를 단순히 사업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외부 용역이나 연구자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안문화원을 중심으로 지역문화해설사와 황토골역사문화탐험대 등 오랜 시간을 열정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각종 활동을 해온 지역주민 8명을 선발해 진행한다.

하지만 이를 총괄해 진행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맡은 필자의 입장에서는 예전 마을조사자료의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사전자료 조사와 이를 배경으로 진행해야할 현장조사의 내용과 방식 등에 대한 설계, 그리고 이후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집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의 구성과 지역학 담론의 기틀로 진행토록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로컬문화의 주인이자 실행자가 되어야할 무안 시민인문학자의 양성을 위한 자질의 향상과 역할능력의 증대라는 ‘뜨거운 주문’이 더해져서,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직접 하는 일보다 남의 손으로 하도록 하는 일이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한반도 서남해를 매듭지으며 뻗어 내린 승달산의 품에 안긴 청계면 사마리의 마을회관에서, 환갑을 지난 두 분의 여성 마을조사자가 첫 조사를 나가서 마을의 노인들과 얼크러져 나누는 이야기의 속내가 환히 드러나는 활동사진은 그대로 아름다운 오늘의 마을 풍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국가와 지자체는 물론 기업과 대학에서까지 글로컬을 내세운다. 서남해의 각 대학들도 로컬콘텐츠 중심의 문화예술과 관광 등을 목표로 글로컬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듯이 글로컬(glocal)이란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추구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동시에 추구되는 방식이라는 단순한 융합으로서의 글로컬 개념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별다른 준비 없이 개념과 구호에 급급해 급속히 진행했던 지난 국제화 또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IMF와 같은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던 아픈 경험이 있다. 세계화는 우선 단단한 국가 단위의 공동체적 인식과 기틀의 마련이 우선됐어야 함을 아프게 알았다.

따라서, 현재 운위되는 글로컬이라는 실행개념 역시 글로벌 이전에 이를 선도하거나 최소한 세계화에 걸맞은 경제, 사회, 제도적 기반은 물론 이를 이끌어갈 세계시민적 자질의 향상과 같은 지역의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중앙과 지방 또는 도시와 지역이라는 근대적 상대개념에서 로컬이라는 수평적인 생태구성체로 거듭나야 하는 인식과 자존감으로 구성된 정체성을 먼저 일궈야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거칠게나마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무안의 마을조사는 그러한 글로컬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