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집값·임대료… 사교육 열풍이 만든 ‘봉선리그’
●호남 사교육 1번지 봉선동 집중해부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선호 영향
봉선로 사이 ‘봉남’·‘봉북’ 집값 2배
1층 음식점·2층은 학원·스터디카페
수업 쉬는시간 간편음식 매출 급증
월 임대료 500만원 서울 상권 수준
2024년 07월 01일(월) 18:43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가 주변 대부분의 건물은 1층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자리잡고, 2층부터는 학원, 스터디카페 등이 입주해 있는 독특한 공간 분포를 보인다.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남구 봉선동은 지역 내 가장 비싼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부촌이다. 사교육 열풍을 타고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는 봉선동은 지어진 지 20여년이 넘는 아파트임에도 평균 10억원대의 매매가를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광주지역 최고가 아파트 10개 중 6개가 봉선동에 있다. 봉선동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아파트는 한국아델리움 1단지로 66평대 기준 최고 19억7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광주의 주택 평균 매매 가격이 2억600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봉선동은 서울을 ‘강남’, ‘강북’으로 구분짓는 것처럼 ‘봉선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은 ‘봉남’, 북쪽은 ‘봉북’이라고 부른다. 실거래가 1위인 한국아델리움은 봉남에 존재한다.

크지 않은 도로를 기준으로 봉남과 봉북 아파트값은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1분이면 쉽게 건널 수 있는 도로가 아파트 매매가에 영향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평수와 연식 등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교육입지 때문이다. 봉남에 있는 쌍용스윗닷홈을 중심으로 하는 쌍용사거리는 조봉초, 불로초는 물론 각종 학원가가 모여 있어 부모들 사이 이른바 ‘슬세권’, ‘초품아’로 불린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세권이 합쳐진 말로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누리는 주거권역을 뜻한다.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준말로 도로를 건너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아파트를 통칭한다.

봉선동에서 2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모(60)씨는 “봉남이 아닌 봉북, 휴튼사거리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부모가 동네에서 동네로 학원 픽업을 다녀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며 “봉선동에 사는 부모들은 60% 이상 전문직 맞벌이 부부로 자녀를 기다렸다가 픽업하는 걸 곤란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때문에 위험한 도로를 건너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봉남쪽 아파트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열풍이 만든 봉선동 선호 현상은 아파트뿐 아니라 동네상권도 변화시켰다. 봉선동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소비 인구도 늘며 자연스럽게 상가 임대료도 급등했다.

봉남(쌍용사거리)의 경우 빌딩 1층 기준 임대 시 평당 1000만~15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10평 점포의 경우 10억원대로 월평균 임대료가 400만~500만원대다. 이는 명동, 압구정 등 서울시 주요 상권 점포당 평균 전용면적인 18.2평 기준 월평균 임대료 450만원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또 학령인구가 많은 봉선동 상권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다.

쌍용사거리 주변 대부분 빌딩에는 1층 음식점 및 카페 등 편의시설이, 2층부터는 학원, 스터디카페가 포진해 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마라탕 가게, 프랭크버거, 노브랜드버거, 서브웨이 같은 패스트푸드점부터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편의점, 김밥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오후 2~4시 사이 하교 후 학원을 도는 학생들에게 1층 음식점들은 빠르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급식소인 셈이다.

유명 학원상가 1층에 위치한 편의점 사장 최모(54)씨는 오후 5시부터 학생들이 삼각김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온다고 설명한다.

최씨는 “편의점이 한 블록 안에도 두 개씩 있을 정도로 밀집이 심각하지만 삼각김밥, 빵, 핫바 등 간편음식들은 매일 같이 동이 난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 전이나 10분 남짓 수업 쉬는 시간에 간식 또는 저녁밥을 먹기 위해 들른다”며 “라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애들이 쳐다도 안 본다. 삼각김밥 하루 발주량은 평균 30개 정도로 다른 동네 편의점보다 10~15개 많은 편이지만 늦게 와 구매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