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도 올랐다… 커피전문점 줄인상 '우려'
이상기후 원두·코코아 가격 폭등
롯데네슬레, 분말 커피 7% 인상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인상 대열
“지금도 비싼데…더 오르면 부담”
2024년 07월 01일(월) 18:24
커피 원두와 코코아 등 제조 원가가 치솟으면서 커피 가공·제조 기업인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인스턴트 커피 가격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타 커피 제조기업과 커피 전문점들의 줄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의 한 마트에 진열돼 있는 인스턴트 커피 제품.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 커피 원두·코코아 등 제조 원가가 급등하면서 인스턴트 커피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어 커피 전문점의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네슬레는 이날부터 네스카페 수프리모 아메리카노, 수프리모 병(100g) 등 인스턴트 커피와 핫초코 오리지널 원컵 등 분말음료 제품의 출고가를 7% 인상했다. 주요 커피 음료 분말형 제품의 출고가를 5~10% 인상했던 지난해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일부 커피 전문점도 최근 가격을 올렸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리터’는 지난 1월 평균 400원씩 음료 가격을 인상했고, ‘더벤티’는 메뉴 7종의 가격을 각각 200~500원 인상했다. ‘하삼동커피’는 지난 5월 아메리카노 제외 카페라떼 등 음료 6종의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이처럼 제조업체와 커피 전문점이 일제히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는 원두·코코아 등 제조 원가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로부스터 원두’ 뿐 아니라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6월 기준 톤당 4141.4달러로 전년동월(2743.55)과 비교해 50.95%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2020년 톤당 1293.37달러였던 로부스타 원두 환산가는 2022년 2104.2달러, 2024년 3579.15달러로 치솟았다.

아라비카 원두도 뉴욕상업거래소(ICE) 6월 기준 톤당 5012.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3927.72달러) 대비 27.62% 상승한 수치다. 아라비카 원두 환산가는 연간 기준 2020년 2455.38달러 이후 2021년 3715.63달러, 2022년 4727.76달러로 고공행진했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급등한 것은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의 급격한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부진해졌고 중국 커피 시장의 급성장에 수요가 치솟았다. 아라비카 원두는 로부스타와 두 품종을 혼합해 쓰는 경우가 있어 로부스타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악천후도 가격 상승 원인이 됐다.

코코아 가격도 급등했다.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가격을 보면 지난해 3월까지 톤당 2000달러대에 거래되던 코코아 가격이 4월 3036.68달러로 올라섰고 11월에는 4068.0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코코아 1톤당 월 평균가격을 보면 1월 4456.86달러, 2월 5744.7달러, 3월 7794.8달러, 4월 1만302.86달러, 5월 8123.09달러, 6월 9171.32달러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코코아 가격이 폭등한 것은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나타난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 급등 현상) 등 이상기후와 카카오 병해 여파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 나무를 심고 이후 수확까지 걸리는 최소 6년간은 코코아 가격 회복이 쉽지 않다.

국내 원윳값 협상도 이어지고 있어 우유·코코아·원두 등 제조 원가 폭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커피제조업체·커피전문점이 또다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까 소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식비’는 줄여도 매일 마시는 ‘커피’는 못 줄인다는 소비자들에게는 커피값 인상이 큰 폭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외식비 1만원이 훌쩍 넘는 고물가 속에서 커피값 1500~5000원은 비교적 부담이 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하루 한두잔 이상 커피를 사먹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매일 쌓이는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커피를 타오거나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스턴트 커피와 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줄인상된다면 소비자 가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노인섭(79)씨는 “설탕 커피·프림 커피 등 평소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즐겨 마신다. 약속이 있을 때는 카페도 자주 간다”며 “커피 한 잔, 밥 한 끼 사먹기 어려운 시대에 커피값 인상은 소비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원가가 올랐으니 어느정도 인상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커피제조기업과 커피 전문점이 줄줄이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면 지금처럼 매일 커피를 사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