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귀님>생태독성 저감을 위한 기술지원사업을 아시나요
박귀님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동부지원장·공학박사
2024년 06월 27일(목) 16:52
박귀님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동부지원장
화학물질로 넘쳐 나는 현대사회에서 유해한 화학물질로부터 하천수나 호소수 같은 공공수역의 수질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다. 더욱이 그 사용량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현재 234종의 화학물질이 총 6만1035톤 배출됐고, 그 중 227톤이 수계로 유입됐다. 이렇듯 산업혁명 이후 유해화학물질의 종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을 포함하는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각각의 물질에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하는 등 개별적 관리는 한계가 있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생태독성 관리제도는 여러 종류의 미지 독성물질로 인한 독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한 수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산업폐수의 생태독성 문제는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생태독성이란 시료에 물벼룩을 투입해 급성독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물벼룩이 독성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생태독성(TU, Toxic Unit)을 계산한다. 방류수에 포함된 미지의 유해물질을 살아있는 생물체로 독성 여부를 측정해 산업폐수의 수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물벼룩을 이용하는 이유는 독성물질에 민감하고 시험의 재현성이 높으며, 실내 배양이 쉽기 때문이다. 생태독성 검사는 태어난 지 24시간 이내인 물벼룩을 시료에 투입해 24시간 후의 유영저해율을 측정해 환경에 위해가 되는 유해화학물질을 확인한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물벼룩을 이용하는 시험으로 배양과 독성 평가에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생태독성 관리제도는 미국 등 18개국에서 1970년대부터 도입돼 운영하고 있다. 시험 생물종으로는 박테리아, 조류, 물벼룩, 어류 등을 이용하며, 국가에 따라 단일 종을 사용하거나 먹이사슬을 고려해 두 가지 이상의 시험 생물종을 사용해 급성 및 만성독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태독성 관리제도 적용 대상 시설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35개 업종에 대해 생태독성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했으나, 2021년부터 폐수배출시설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소 폐수시설 사업장은 운영 미숙 또는 원인물질에 대한 추정이 어렵고 적합한 폐수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2011년부터 공장폐수와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등 산업폐수에 대해 물벼룩을 이용한 급성독성 시험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수생태계 안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생태독성 관리제도 도입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을 경감하고 관리 경험이 부족한 사업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연구원은 도내 모든 사업장이 생태독성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부적합 배출시설을 대상으로 생태독성 원인 및 저감방안에 대한 무상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정별 생태독성을 평가해 독성 원인물질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폐수처리 공정을 개선해 생태독성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각 사업장에 맞춤형 폐수처리 공정을 제안해 독성 유발 물질의 효과적인 제거와 생태독성 저감을 도모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지원 사업을 통해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폐수처리 공정을 제안하고 개선함으로써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더 효율적인 폐수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더불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공수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환경 위해 물질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더욱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으며, 지원이 필요한 사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