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정다은>광주시 5·18 특별위원회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정다은 광주시의원
2024년 06월 20일(목) 18:02
정다은 광주시의원.
작년 여름 구성된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5·18특위)가 1년 여의 활동을 마치고 활동결과보고서의 채택을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5·18특위가 했던 활동은 대부분 관행을 깨거나 기득권에 충격을 주는 일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 많았다. 시민과 언론이 5·18특위에게 보내준 애정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시간 5·18특위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신 시민과 언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5·18특위의 태동은 청년의원들이 함께한 릴레이 5분발언이었다. 민의의 전당인 본회의장에서 연단에 도열한 5명의 청년의원은 각자에게 허락된 5분 동안 5·18의 당사자주의, 행정과 정치의 책임, 관련 단체와 기관의 부실 운영 등 오월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청년의원들은 오늘날 외면받고 공격받는 5·18이 진정한 의미의 전국화·세계화를 이뤄 영원히 추앙받는 존재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어 연단에 섰던 것이었고, 이날은 5·18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음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후 구성된 5·18특위는 오월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오월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공론화의 장을 열어 오월문제에 대한 전시민적 논의를 가능케 했다. 시민이 직접 오월문제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자리로서 그동안 공법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오월담론의 논의구조에 변화를 꾀한 것이었다. 다만, 지난 1년간 순차적으로 발생한 5·18현안들에 대응 하는데에 활동을 집중하다 보니 시민토론회가 3차례에 그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한편 5·18특위는 광주시의 5·18정책과 사업이 시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원인을 기본조례 없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제정되어 방만하게 시행되는 조례에서 찾고 정비 작업을 통해 11개의 조례를 통폐합하여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기존 조례를 근거로 추진되는 정책과 사업들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에 시민단체와 공법단체의 공감대를 얻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 또 여러 영역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정책과 사업을 기획, 추진, 점검하는 절차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어렵게 마련한 시스템인 만큼 기대되는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5·18특위는 종합보고서 발표를 앞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상대로 개별보고서 공개와 시민 의견수렴을 요구하며 지역사회의 대응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공법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언론, 기념재단과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여 공동 대응에 힘썼다. 더불어 민변 광주전남지부, 여성단체연합을 5·18성폭력피해자들과 연결하여 보상 절차와 소송절차에서 피해자들이 적절히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5·18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고, 전남도의회, 제주도의회 등 국가 폭력의 경험이 있는 지역의 의회들을 묶어 상시적 협력체계를 갖추고자 민주평화벨트를 구축했다.

5·18특위의 347일은, 6차례의 특위 회의, 12번의 대외 간담회, 7번의 토론회, 3번의 현장방문, 2번의 여론조사, 2번의 업무협약, 7건의 성명서, 9번의 언론기고, 11개 조례의 통폐합으로 가득 채워졌다. 특위의 마지막 장면은 제44주년 5·18국가기념식에서 윤석열대통령을 상대로 5·18정신의 헌법수록을 요구한 묵언의 펼침막시위라고 자평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이었던 5·18정신의 헌법수록에 대한 언급 없이 국가기념식에 형식적으로 참석하는 행태를 반복하자 5·18특위 소속 의원들이 한마음으로 대통령에게 답을 구했던 것이다.

5·18특위는 2024년 6월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남아 있다. 5·18정신의 헌법수록이 과제로 남아 있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진통 끝에 내놓을 종합보고서에 관한 후폭풍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서 시민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적한 오월문제를 남겨두고 마무리하는 특위에게 칭찬해달라고 부탁드리기에는 염치가 없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5·18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매순간 용기를 내어 말하고 행동했던 9명의 시의원. 명진, 안평환, 이귀순, 최지현, 심창욱, 강수훈, 채은지, 정다은, 이명노를 기억해주실 것만은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