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연권>‘젊은 날의 추억’ 되살려 준 라오스 여행
정연권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
2024년 06월 20일(목) 10:12
정연권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
날씨가 덥다. 더워지니 지난 3월 친구들과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이 떠오른다. 3박 5일 여행이었지만 지금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패키지여행이라 친구들 외 생면부지 사람들과 동행했다. 같은 식당에서 먹고, 호텔에서 자며 관광하는 일정이 불편하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이었을까. 나이와 지역을 떠나 쉽게 친해지는 결정체가 됐다. 오랜 친구 같았다. 그랬다. 인연이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보통 인연은 아닌 듯하다.

“관광 쇼핑하려면 태국에 가고, 역사 문화를 보려면 미얀마·캄보디아를 가며, 사람을 보려면 라오스로 가라”는 말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다. 번뇌를 벗은 평화로움과 소박하고 정겨운 마음을 전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순박하고 미소가 아름다웠으며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가난해 보이지만 초라하거나 옹색해 보이지 않았다. 풍족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아 보이는 생활상을 보면서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진다는 점을 깨달았다. 초조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여유로움이 보였다. 거짓과 위선을 모르며 서로가 신뢰하고 만족해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느꼈다.

우리네가 살던 70년대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듯 친숙하고 정겨웠다. 일상에 지친 내 심신과 영혼을 위무해주는 풍경이었다. “잊고 있던 친척 할머니가 연락돼 몇십 년 만에 찾아갔더니 꼬질꼬질 혼자 살고 계신 모습이 라오스 같았다”던 같은 일행의 말이 딱 맞은 표현이다.

아이들은 길거리서 놀고 개울가에서 물놀이하느라 바빴다. 맨발에 옷도 거의 입지 않는 순박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 넘치는 모습이 친숙했다. 들녘은 말라서 먼지가 일 정도였다. 천수답이기 때문이다. 우기가 되면 벼를 심고 거두는 우리 옛날 방식 그대로다. 아열대 기후라 3기작이 가능하고 경지면적이 넓으나 우리처럼 쌀 생산량에 애태우지 않는다. 인구가 적으니 충분하다고 하니 참 부럽다. 소들도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멍에나 코뚜레 없이 완전 자유로운 소들로 길거리를 따라 어슬렁거리며 여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산야엔 꽃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부겐빌리아, 익소라 등이 피어있었다. 바나나, 야자나무 들이 따뜻한 나라임을 말하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식물들도 보니 식물원에 온 기분이다. 참파꽃이 인상적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은빛 찬란한 미소로 달콤하면서 상큼한 향기가 일품이다. 참파꽃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샤넬 NO.5 원료 하나로 치자꽃과 비슷한 향기다. 라오스 국화이며 ‘가족 희생’ ‘삶의 기쁨’ ‘당신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금호고속 버스로 관광을 다녔다 ‘아름다운 기업 우정의 거북이’ 한글이 그대다. 의자에 담배 재떨이도 있다. 필자가 청년 시절 구례에서 광주를 오갔던 버스와 같은 기종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엔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탔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돼 버스로 여섯 시간 걸리던 거리를 두 시간으로 단축했다. 역은 공항처럼 검색대를 거쳐야 하기에 짜증 났다. 열차에는 우리는 없어졌던 카트를 밀면서 판매하는 승무원이 있었다. 친구들은 먹거리를 사서 마시며 떠들었다. 조용하게 숨죽여 타야 하는 우리 열차와 비교됐다. 친구가 카트를 밀며 “오징어 땅콩 있어요~” 하면서 파안대소했다. 청년 시절로 돌아갔다. 열차 안에서 고스톱 치고 술도 마셨던 추억의 열차 말이다. 두 시간이 지겹지 않은 추억의 열차였다. 정겨운 동심의 세계로 들어갔다. 청년의 마음으로 돌아가니 새로운 힘이 솟았다.

메콩강에서 탄 유람선은 감개무량이었다. 자몽 등 과일 안주에 맥주 마시며 낙조를 바라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노래방 기기가 한국식이다. 장윤정 트로트에 흥을 춤추면서 애창곡을 한 곡조씩 뽑았다. 유람선 선장 가족의 착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쟁쟁하다. 조그만 돈을 주자 “꼽싸이 꼽싸이”하며 해맑게 웃는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엄마의 표정은 흐뭇 해졌다. 가족들이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과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 공통분모는 자식 사랑과 가족의 행복일 테니까. 일상으로 돌아와서 지난 여정을 반추하며 ‘내 삶이 풍요롭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다’라는 자부심을 일깨워 주었다. 라오스 여행은 지나간 추억을 되새겨봤던 추억의 시간이었다.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입가에 머문다. 모두에게 감사함과 행복한 삶이 되기를 기원한다. “꼽싸이~ 라이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