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지구생태계’ 광주폴리서 엿보는 건축의 미래
광주비엔날레재단 순환폴리 공개
ACC어린이문화원 ‘에어폴리’
미역 등 생분해 소재 재활용
동명동 폐가 활용 ‘이코한옥’
꼬막 껍데기 등 건축재 이용
2024년 06월 19일(수) 09:11
ACC 어린이문화원 로비에 설치된 바래(BARE) 작 ‘에어 폴리(Air Folly)’.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고흥산 미역귀와 줄기, 제주산 해조류, 장흥산 굴과 꼬막 껍데기, 볏짚과 왕겨….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광주 대표 공공미술 ‘폴리’로 재탄생했다. 의류, 가구 등의 재료로 활용 가능한 비닐과 벽지, 벽돌, 기왓장 등의 건축재가 바로 그것. 이것들은 쓰임을 다해도 폐기물이 되지 않고 다시 자연에 생분해되는 ‘순환경제’를 이룬다. (재)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와 함께 2011년 시작한 광주폴리 대미를 장식하는 제5차 프로젝트(순환폴리) 중 완공된 ‘이코한옥’과 ‘에어폴리’를 18일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목재 건축물 ‘숨 쉬는 폴리(조남호 작 동구 동명동 92-9 소재)’를 공개했고, 마지막 제5차 광주폴리 작품은 ‘옻칠집’으로 오는 9월 완공된다.

●미역 폐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에어폴리’

오는 7월 14일까지 ACC 어린이문화원 로비에 전시되는 ‘에어폴리’는 건축사무소 ‘BARA(바래, 전진홍·최윤희)’의 작품으로 바다 쓰레기 미역 줄기를 통해 제작한 가변형, 이동형 파빌리온이다.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생분해성 필름’이 재료의 핵심인데, 이는 비닐하우스와 에어풍선 등을 만들 수 있는 비닐 대체재로 쓰일 수 있다. 또 구조 성능과 내구성을 갖도록 해 가구, 제품, 의류의 소재로도 확장할 수도 있다. ACC 어린이문화원에서는 에어폴리와 함께 미역 필름으로 제작한 우비, 에어부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집을 통해 지역 재생을 바라보는 ‘이코한옥’

동명동에 버려진 한옥을 리노베이션 한 광주폴리 ‘이코한옥’은 세계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어셈블(Assemble 영국), BC 아키텍츠(BC Architects 벨기에), 아틀리에 루마(Atelier Luma 프랑스)가 협업한 작품이다. 이들이 사용한 건축자재는 굴과 꼬막 껍데기, 미역과 다시마, 볏짚과 왕겨, 건설 현장의 흙과 돌로 만든 친환경 자연물이다. 녹색 빛을 띠는 벽지와 패각류를 섞어 특수제작한 벽돌로 만든 담벼락과 재생기와까지. 광주비엔날레는 이코한옥을 관리·운영할 사업체에 내부공간을 내어주고 마당에서 다양한 시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8일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제5차 광주폴리 ‘이코한옥’에서 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감독이 설명하고 있다.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시민프로그램 운영

광주비엔날레는 제5차 광주폴리인 ‘순환폴리’와 연계한 시민프로그램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자원순환센터와 이코한옥, 동명동 일대, 콩집, 청미장, 전남대 등에서 초등학생과 보호자 대상, 조경학 전공 학생 대상,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광주폴리를 유무형으로 이어가는 프로그램 ‘광주폴리 둘레길’도 ‘숨 쉬는 폴리’를 비롯해 새로 조성될 거점과 함께 기존의 10개 폴리를 포함해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와 사전 신청은 광주폴리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감독은 “기후변화의 시대에 ‘순환폴리’가 특별한 것은 친환경 지역 자원, 재활용 건축에 관한 탐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도시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라면서 “우리가 먹고, 입고, 생활하는 집은 결국 같은 땅과 바다에서 나온다. ‘순환폴리’는 우리가 의식주의 고리로 엮인 공동체임을 확인하고 순환의 건축이 실용적이고 아름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