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동참사 책임자 처벌과 추모 서둘러야
참사 3년째 유가족 슬픔 여전
2024년 06월 10일(월) 17:34
지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22분.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빌딩 한 채가 차도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정류장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54번은 무너지는 건물에 순식간에 깔렸다. 버스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숨졌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안전 규정을 위반한 철거 현장의 건물 붕괴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버스 탑승객 등 시민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그리고 참사가 발생한지 꼬박 3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슬픔은 여전하다. 당시 참사의 원인인 재개발 공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추모사업이 지지부진해서다. 경찰은 날림식 철거 공정,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감리와 원청 HDC 현대산업개발·하청사 안전 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참사의 근본 배경이 된 재개발 비위도 실체가 드러났다. 참사 관련자 일부는 실형이 선고됐지만 대부분은 1심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호소하거나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항소했다. 또 추가기소된 현산과 한솔기업 대표 등은 1심 선고도 다음달에야 열리면서 책임자 처벌이 더디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사업도 3년의 세월이 걸렸다. 현산과 유족들은 추모 공간 조성 방향을 놓고 올해 5월에야 합의에 이르렀다. 추모공간은 참사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산책로를 활용할 예정이다. 희생자 9명을 기리는 나무 9그루를 심고 ‘시간의 순환’을 의미하는 원형 바닥도 만든다. 유가족들은 참사 버스인 ‘운림54번‘의 원형을 보존해달라는 의견도 냈다. 다만 아직 시기·장소 등 구체적 보존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9일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3주기를 맞았다. 책임자 처벌과 추모사업이 지지부진하는 등 3년 전 참사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반면, 유족들의 아픔을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참사에 대한 기억을 소홀히 한다는 건 광주시민의 일상이 또다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