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광주서 기자간담회 진행
신경수 감독·조희봉 배우 등
영화 최초 ‘선체 내부’ 담아
안산·진도·목포서 주요 촬영
2024년 05월 30일(목) 17:51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목화솜 피는 날’ 기자회견이 30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신경수 감독, 조희봉 배우. 도선인 기자
“곳곳이 부식돼 구멍이 뚫려 있고 녹이 슬어버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10년의 세월을 보낸 유가족들의 심정 같았어요.”

세월호 참사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목화솜 피는 날’에는 실제 세월호 선체 내부가 한 장면으로 나온다. 극 중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기억마저 잃어가는 주인공 ‘병호(박원상 배우 역)’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이끌려 딸의 마지막 자취가 남아있는 세월호 안으로 향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가는 그는 딸 ‘경은’이 누워있었을 바로 그 자리에 누워 딸의 이름을 되뇌며 울부짖는다.

영화를 만든 신경수 감독은 30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줄 수 있겠냐고 영화 연출을 제안받았다”며 “누군가는 세월호 선체를 기록하는 일을 무조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내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됐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의 장면이 현재로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찍은 마지막 기록인 셈이다.

세월호 선체 내부 촬영은 지난해 5월 이틀에 거쳐 진행됐다. 세월호 중에서도 층높이가 가장 높은 화물용 차량을 실었던 공간, 아이들 객실 중 남학생 숙소, 조타실, 기계실 등이 배경으로 나온다. 신 감독은 “세월호 선체를 촬영으로 마주했을 때 홀로 외롭게 서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실제 가까이서 선체를 바라보니, 선체 곳곳 따개비와 같은 바다생물들이 붙어있었고, 인양과 직립과정에서 입혀진 찢겨진 상처를 바라보니 참담했다”며 “그런데 선체 내부로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어민 정기성 역의 조희봉 배우는 “진도에 사는 평범한 어민 역을 맡았다. 처음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그저 가라앉은 배에 바다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다 곧이어 정정 보도 소식에 탄식하는 소시민 역할이다. 세월호 참사를 함께 목격한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배역이다”며 “세월호 참사가 주는 슬픔이 온전히 유가족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관망해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며 영화에 임했다”고 말했다.

‘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사고로 죽은 딸과 함께 사라진 기억과 멈춘 세월을 되찾기 위해 나선 가족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단원고와 가족들이 있는 ‘안산’, 세월호가 처음 발견된 팽목항의 ‘진도’, 현재 세월호가 서 있는 ‘목포’까지 상징적인 세 곳의 장소가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해 의미를 더한다. 특히 세월호 안에 마음을 남기도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그 무게를 정면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여기에 참사를 추모하는 공간에 남겨진 여러 사람들을 등장시켜 다시금 우리에게 주어진 실천의 과제들을 되새긴다. 영화의 제목은 목화의 두 번째 꽃으로 불리는 ‘목화솜’을 통해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살기 바란다는 염원을 담았다.

영화는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등 경력 25년 이상 베테랑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열연과 함께 세월호 참사 가족 극단 ‘노란리본’ 어머니들이 참여해 진정성을 더했다.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소방서 옆 경찰서’, ‘녹두꽃’, ‘육룡이 나르샤’ 등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연극 ‘아들에게’, ‘금성여인숙’, ‘말뫼의 눈물’ 등 주로 사회 약자를 다룬 작품을 써온 구두리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다. 오는 6월 2일 오후 7시 광주극장 출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목화솜 피는 날’의 GV가 이어진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