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 이끌고"…노인·장애인단체 민주묘지 참배
2024년 05월 16일(목) 18:41
16일 효령노인복지타운 어르신들과 연제어린이집 아이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행방불명자 묘비를 닦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몸이 불편한 장애인, 팔순의 노인들도 국립묘지를 찾아 오월영령을 위로했다.

효령노인복지타운 어르신과 연제어린이집 아이들, 광주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복지타운 어르신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행방불명자 묘역으로 향했다. 이들은 마른 천으로 행불자 묘비를 닦으며 아직 시신조차 되찾지 못한 5월의 영령을 위로했다.

오재모(81)씨는 “당시에는 무서워서 집밖에 나가지도 못했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처참하게 죽었다. 여기 오면 그때가 생각나서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묘역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7살 나로건·백하준군은 “묘비를 닦을 때 마음이 아팠다.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서 슬펐다”며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운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모두가 영웅이다”고 말했다.

양희정 복지타운 대리는 “복지타운이 국립5·18민주묘지 인근에 있어 가까운 묘역의 의미를 알리자는 취지로 10년 이상 참배했다”며 “주변 어린이집을 선정해 아이들에게 ‘이곳은 무서운 곳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이 계신 곳’이라는 걸 알리고 있다. 참배 후에는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그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광주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윤준명 수습기자
광주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회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추모탑 앞에 섰다. 이들은 헌화와 묵념은 마쳤지만 5·18민주화운동 44주기 행사 준비로 묘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 묘소 참배는 하지 못했다.

강경식(54)씨는 “5·18민주화운동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가 장애인인 김경철씨다. 김경철 열사를 잊지 않고 그 정신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민주묘지를 찾았다”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편하게 참배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삼 광주장애인문화광주광역시협회장은 “매년 5월 단체별로 민주묘지를 찾았는데 올해부터는 함께 추모하기로 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월 광주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참배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다운·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