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고’ 평두메습지, 광주 1호 람사르습지 지정
멸종위기종 등 생물 786종 서식
희귀지형 등 생태 보전가치 인정
환경단체 “환영”… 유지 노력 주문
북구 “자연·사람 모두 이롭게 관리”
2024년 05월 13일(월) 18:37
지난달 20일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에 참여한 아이들이 광주 북구 평두메습지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찾아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북구 제공
무등산 평두메습지가 광주 1호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희귀지형이 있고 멸종위기종 등이 살고 있는 평두메습지의 생태 보전가치가 인정된다’는 게 스위스 람사르협약 사무국의 지정 이유다. 환경단체와 지자체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습지·생태 유지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광주시·북구에 따르면 스위스 글랑에 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람사르협약 사무국은 이날 오전 ‘무등산 국립공원 내 평두메습지의 람사르습지 등록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람사르습지는 지형·지질학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이거나, 생물 서식처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국제적인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인정한 곳을 뜻한다. 광주·전남에는 총 6곳의 람사르습지가 있는데 광주에선 이번이 최초 등록이다. 전국에는 26개의 람사르습지가 있다.

평두메습지는 지난 2020년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등산 대표 ‘묵논습지’다. 묵논은 농사를 짓지 않는 논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습지를 말한다. 이곳에는 삵·담비·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 786종(동물 578종·식물 208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서식 양서류 20종 가운데 8종이 집단 서식해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파악된다.

앞서 북구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함께 평두메습지 가치를 널리 알려 보전하고자 지난해 4월 람사르습지 등록 절차에 착수했다. 올초 주민 설명회·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등록 자료를 마감, 지난 2월 2일 환경부와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최종 서류를 제출했다. 등록 자료에는 평두메습지에서 발견된 786종의 동·식물들 생태 사진과 이름 등이 기록돼 있다.

심사기간 동안에는 어린이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 평두메습지 효율 보전·이용 업무협약 체결 등을 추진해 지역 공감대를 넓혔다. 어린이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6~9세 대상)에서는 △평두메습지 생물 관찰 △습지 지킴이 약속 그림 전시회 △기후 위기 교육 등이 진행됐다.

환경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당국에 ‘생태 유지 노력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대체로 지자체는 개발 등의 이유로 환경 보호구역 지정을 꺼려한다. 이번 람사르습지 등록은 북구가 나서 도심 내 환경구역을 추진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등 기후위기가 눈앞까지 와 있다.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생활하고 보호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이번 습지를 잘 가꾸고 보존해 추후 다른 곳에서도 도심 내 녹지 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평두메습지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도록 생태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북구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람사르습지 등록으로 광주는 황룡강 장록국가습지와 함께 세계적인 습지를 보유한 생태도시가 됐다. 습지는 탄소저장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 완화·적응 기능을 한다”며 “시민들이 습지를 즐길 수 있도록 동·식물 안내판을 비롯해 관련 기반시설 등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인 만큼 관리·보전에도 힘쓰겠다. 무등산 충민사부터 20분간 이어지는 평두메 습지길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다.

한편 북구는 내년 본예산에 람사르습지 시민 프로그램과 환경 조성 등을 위한 자금 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다.
광주지역 최초이자 국내 26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평두메습지에는 삵·담비·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식물 786종(동물 578종·식물 208종)이 서식하고 있다. 북구 제공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