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하는 도시의 빛, 그 이중성 ‘욕망과 허무’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루미너스 시티’
8월 4일까지 정정주 개인전
빛의 촉각적 느낌 연출 눈길
10주년 특별전 등 동시 진행
22일 잔디광장서 통합 개막
2024년 05월 13일(월) 17:00
정정주 작 Luminous City(루미너스 씨티). G.MAP 제공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은 기획초대전으로 ‘정정주 ; Luminous City’를 오는 8월 4일까지 연다. 전시는 G.MAP 제1전시실과 외벽 미디어파사드월, 텔레포트 라운지에서 펼쳐진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창작자 전시지원의 취지로 진행되는 이번 초대전은 광주·전남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조명해 장르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난 2022년부터 마련됐다.

광주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정정주는 건축공간과 장소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정 작가는 빛과 시선, 공간의 상호작용을 내용으로 한 조형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30여 년간 꾸준히 빛에 집중하며, 빛을 매개로 시선의 힘을 전복하고 심리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에 작업의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정정주는 빛 경험의 양가적 특질을 이야기한다. ‘Luminous City(루미너스 시티)’라는 주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발광하는 인공의 빛은 신자유주의 속 도시의 욕망과 함께 허무의 감정을 드러낸다. 종교적 초월성과 도시문명의 스펙터클, 자연과 인공, 희망과 허무, 정신계와 물질계, 시각과 촉각 등 빛이 지니는 상반된 성질들이 본 전시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특히 작업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는 ‘장소와 빛, 시점’은 작가의 독일 유학 시기의 빛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자신의 방안을 비추는 태양 빛이 따스함과 부드러운 성질을 넘어, 어느 순간 마치 거인의 혀가 내 작은 방을 핥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공포와 촉각적인 괴리감을 안겨줬던 일은 정신성과 물리적 세계에 걸쳐있는 빛의 이중성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정정주는 유학 시절 빛이 줬던 두려움과 같이 타인을 비롯한 외부세계에서 받은 자극이나 상처에 대해 반응하는 행동들과 함께, 역으로 외부를 향한 시선을 빛으로써 교차시킨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언급하는 ‘빛의 경험’이란 단순히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빛이 아닌, 보는 것과 보이는 것, 혹은 작품의 경험자와 작품 간의 교감을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 활동과 같다.

작품들에서 보이는 빛의 왜곡이나 전시실 전 공간을 핥고 지나가는 듯한 빛의 촉각적인 느낌은 일종의 환영으로서 관람자를 전시 공간 전체로 끌어들인다.

정정주(1970~)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2002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후버트 키콜 교수를 사사하며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했다. 작가는 2000년부터 서울, 독일, 일본, 중국,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에서 2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미래는 지금이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예술의 열선(Thermorcline of Art-New Asian Waves/독일 ZKM)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시에 참여했다.

2021 CJ문화재단 지원작가, 2020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 엔니거(Haus der Kunst Enniger) 레지던지 입주 작가, 2010 김종영 미술상, 2003년 광주신세계 미술제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2009 금천예술공장, 2006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2003년 쌈지스페이스 레지던시 등에 참여했다.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광주에서의 기획초대전은 2005년 광주신세계갤러리 전시 이후 19년 만의 개인전이다.

이경호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은 “정정주의 작업은 예술생산자와 향유자의 감정 및 경험에 기반한 상호소통의 산물로 나아가기 위한 빛의 예술이다”며 “이번 초대전이 작업의 변곡점에 선 중진 미디어 아티스트의 예술세계를 보다 현장감 있게 체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G.MAP은 미디어아트 기획전시로 ‘실감콘텐츠전 너머의 세계’를 지난 10일부터 G.MAP 제4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10주년 특별전의 일환으로 ‘헤테로포니: 10년의 연주’를 오는 21일부터 G.MAP 제2~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정정주 초대전을 포함한 세 전시는 모두 올해 8월 4일까지 진행되며, 세 기획전시의 통합 개막식은 오는 22일 오후 5시 G.MAP 야외 잔디광장에서 개최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