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입니다·세 오>“내 도자기는 한국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세 오(Se oh·도예가) 천인보(604/1000)
문화전당 ‘길 위에 도자’ 전시 참여
인천서 태어나 9개월때 미국 입양
‘한국 흙’과 유대감 쌓으며 작품제작
문화전당 ‘길 위에 도자’ 전시 참여
인천서 태어나 9개월때 미국 입양
‘한국 흙’과 유대감 쌓으며 작품제작
2024년 04월 25일(목) 17:12 |
‘길 위의 도자’ 전시에 참여한 세 오 작가 |
A. 안녕하세요. 저는 세 오 입니다. 저는 인천에서 태어나 9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됐습니다. 입양 후 저는 삶의 대부분을 미국 테네시주에 살다가 여러 곳을 이동하며 살았습니다. 잠깐 뉴욕에 머물다가 거의 15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젠 로스앤젤레스 출신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도자기 작품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세 오 작가. |
A. ‘길 위에 도자’는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하여 참여하는 첫 전시이고 한국 흙과 처음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했습니다. 제가 전에도 말했듯 우연한 계기로 여기까지 왔고 이건 제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도전으로 제 작품들은 한 차원 더 성장할 것이고 관람객들은 제가 작품에 녹여낸 한국문화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세 오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A. 저는 한국의 흙과 친해져야 했습니다. 무작정 다뤄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해야 제 손에서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질 수 있는 지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의 흙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로 이곳에 왔고 다양한 종류의 흙을 경험하기도 시간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저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여기 있으면서 저는 한국 흙과의 유대감을 쌓고 저만의 방법으로 한국의 흙을 사용해 한국 도자기의 형태를 갖춘 새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오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A. 연기 공부 후 약 7년 동안 감독으로 일하다가 취미로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는 도자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는데 그때 백자와 관련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자기의 소재와 공정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다가 백자가 한국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집에 물레를 마련하고 흙을 사서 도예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가마가 없었기 때문에 도자기를 빚으면서 흙과 친해졌습니다. 이 작품들을 판매하거나 전시할 예정은 아니었고 그저 한국의 문화를 배우는 새로운 방법이었습니다.
작품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세 오 작가. |
A. 한국 도자기를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전통적인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양식을 제 작품의 기본 형태로 채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항아리나 달항아리, 양쪽으로 볼록한 꽃병 등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면 할머니 집이나 한국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할 겁니다. 따라서 제 작품의 형태는 제가 한국인임을 상징하는 것이 됐습니다.
또한 도자기의 외형은 제가 정원에서 키우는 많은 식물들과 그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품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세 오 작가. |
A. 예술을 통해 한국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제가 한국과 진지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제가 태어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길 위에 도자’에 전시된 제 작품은 한국과 연결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중심으로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러한 열망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제 작품은 이민자로서 한국인의 모습과 미국인의 모습 사이의 이중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나타내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여기에 없어도 관객들은 작품과 작가 설명만 보고도 작품에 담은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정성현 기자·사진=나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