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선준>김 산업,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박선준 전남도의원
2024년 04월 07일(일) 14:32 |
박선준 도의원 |
‘검은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이 주 생산지이다. 그 중에서도 70%가량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가장 오랜 양식 역사를 가진 전 세계 대표 주산지이다. 우리나라 김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씩 성장했고, 수출 국가도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4개국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수출의 호황과는 상반되게 김 생산량은 2019년 60만톤으로 최고정점을 찍은 후 평균 40~50만톤 규모로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수출은 매년 증가함에도 생산량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수온 상승 등의 기후변화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연안 해수온은 세계 평균 해수온 상승세보다 2배 이상 높아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낮은 수온에 잘 자라는 김은 해수온이 높아지면서 생육기간이 짧아지며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로 황백화 현상, 갯병 등과 같은 잦은 질병 발생이 김의 품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해결방안이 없다보니 어업인들은 기존의 경험에만 의지한 채 양식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산 김 생산량은 1억3619만속(束)으로 전년 대비 10.2%, 평년 대비 13.4%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2023년산 물김 위판금액은 전년 대비 23.7%까지 치솟았으며, 현재 마른김 100장의 도매가격은 1년새 50% 넘게 뛰며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생산의 여건이 악화되고 소비는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수급 안정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더욱이 어촌지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가인구는 2000년 대비 63.8%가 감소(2000년 25만1000명 → 2022년 9만805명)했고, 65세 이상 어업인구 역시 44.2%로 고령화 또한 심각하다. 2045년에는 어촌지역 491개 중 87%가 ‘소멸고위험지역’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촌 소멸이 코앞으로 다가온 위기 상황이다.
어촌의 고부가가치 산업인 김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 산업 전문 연구기관’ 설립이 절실하다. 지난해 농산물 수출 최선두에 있는 인삼 수출액은 2억7000만 달러였다. 그에 반해 김 수출액은 무려 약 3배 가까이 많은 7억9000만 달러이다. 하지만 130여명의 연구인력을 지닌 한국인삼연구원과는 달리 김 산업 연구인력의 수준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을뿐더러 전문 연구기관도 전무한 상황이다. 김 산업은 생산단계부터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져 어업인 소득과 직결되는 품목이다. 이렇듯 종자생산에서 양식기술, 제품 개발 및 안전성분야까지 모든 분야에 있어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상품화는 김 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또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2021년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김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선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 같은 기조와는 상반되게 ‘어장이용개발계획 기본지침(2024 ~ 2025년)’에서는 여전히 양식어장 신규개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김 수급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촌현장에 맞지 않는 규제로 수출 효자품목인 김 양식 산업을 억압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어촌 현안 해결을 위한 중요한 대안은 결국 사람이다. 특히, 청년들이 어촌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양식은 젊은 수산인과 귀어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면허제도를 개선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다의 잡초’에서 ‘검은 반도체’로 다시 태어나며 ‘K-Gim’으로 세계정복을 이끌고 있는 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끝임없는 혁신이 뒤따라야만 한다. 김 수출액을 2027년에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현실화 되어 우리 어업인들이 푸른 바다에서 풍성한 김을 수확하며 행복한 미소가 가득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이 신속히 뿌리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