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유럽 밖 세계…美 서부영화 탄생 ‘촉매제’
<푸치니 서거 100주년-⑥서부의 아가씨>
미국 연극 여주인공에 매료 오페라 제작
뉴욕 메트로폴리탄 초연때 55번 커튼콜
서부 개척시대, ‘미지의 세계’ 동경 묘사
기존 청순가련 벗어난 강한 여인상 표방
미국 연극 여주인공에 매료 오페라 제작
뉴욕 메트로폴리탄 초연때 55번 커튼콜
서부 개척시대, ‘미지의 세계’ 동경 묘사
기존 청순가련 벗어난 강한 여인상 표방
2024년 03월 28일(목) 17:47 |
교수형을 앞둔 존슨을 살리기 위해 찾아온 미니가 총을 쏘는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2018년 시즌 |
존슨 역을 열연하는 테너 요하네스 카우프만.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2018년 시즌 |
<나비부인> 이후 새로운 소재를 찾기에 급급했던 푸치니에게 희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는 축복이었다. 푸치니는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 1910>를 ‘토레 델 라고’ 호수를 내려다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푸치니는 아내 엘비라가 저지른 세기의 스캔들 ‘도리아 스캔들’로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있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그의 <서부의 아가씨>를 향한 그의 열정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서부의아가씨> 원작자 벨라스코, 세기의 지휘자 토스카니니, 작곡가 푸치니가 함께 한 사진. 출처 뉴욕메트폴리탄 오페라극장 |
19세기 황량한 미국 서부의 삶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 모두는 사랑에 굶주려 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여주인공 미니는 ‘청순가련’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푸치니의 이전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그녀는 18세의 나이에 거칠고 황량한 이곳에서 홀로 거친 광부들을 상대하고 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여인상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소녀다운 감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며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는 수줍어하는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1910년 초연 포스터. |
한편 지명수배된 라메레스는 딕 존슨이라는 가명으로 이 술집의 황금을 훔치기 위해 찾아온다. 그를 의심하는 보안관 랜스에게 존슨을 옹호해 주는 미니는 그와 함께 왈츠를 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미니는 존슨이 산적인 줄 모르고 광부들의 모은 재산이 저 통 안에 들어있으며,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가 진지하게 이야기해준다. 미니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존슨은 자신의 약탈계획을 포기하고 미니는 존슨을 자기 오두막으로 초대한다.
초연 당시 미니 역에 소프라노 에미 데스킨(왼쪽)과 딕 존슨역에 세기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이 오페라 마지막 장면인 3막의 시작은 산속이다. 보안관 랜스가 도망친 존슨을 체포하기 위해 광부들에게 온 산을 뒤지게 하는 장면과 더불어 존슨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밧줄에 묶인 존슨에게 광부들은 욕과 폭행을 하고 더불어 그동안 주변에서 벌어졌던 각종 죄를 그에게 전가한다. 그리고 존슨이 자신들에게서 미니를 빼앗아갔다고 더욱 분개하며 존슨의 목에 밧줄을 걸어 교수형을 실행하려 한다. 이때 등장한 미니는 광부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진정으로 존슨의 처형하기를 바라냐고 물으며, 모두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 준다. 광부들은 미니의 간절한 설득에 감동하고 존슨을 풀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존슨은 광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미니와 함께 이들의 환송을 받으며 산 너머로 떠나가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서부의 아가씨>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푸치니 오페라에서 반복되던 공식인 여주인공의 죽음은 없다. 비극적인 결말, 가련한 여주인공의 죽음, 이런 요소는 사라지고 당시 서부 개척 시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을 묘사하듯, 존슨의 꿈은, 황금이 아닌 미니라는 여인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서부영화가 나오기 전이었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서부의 아가씨> 대 성공은 후일 서부영화의 탄생에 촉매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쉬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은 일확천금을 벌어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기를 소원했다. 마치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과거 열대 사막에서 일군으로,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피땀 흘려 돈을 벌어 가족과 행복한 삶을 꿈꾸며 귀환하길 원했듯이 당시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잘 있거라 캘리포니아여!”라는 마지막 대사를 읊길 원했을 것이다. 존슨은 금을 캐지 못하고 도적으로 성공해 많은 물질을 얻진 못했지만, 물질보다 소중한 연인 미니를 얻었다. 미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하루하루가 서부에서 금을 캐듯 매일 쳇바퀴를 돌리는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에게 과연 미니는 누구일까? 현대인이 이룰 수 없는 영화 같은 장면, <서부의 아가씨>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역경을 이겨내는 멋진 대 서사에 우리는 감동하고, 우리 삶의 참 행복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