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취재수첩>의원 의(醫) 스승 사(師)
2024년 03월 03일(일) 15:14 |
송민섭. |
정부와 의사단체가 ‘강대강’대치를 이어가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 몫이 됐다. 응급실 입원은커녕 수술 일정 조차 잡기 힘든 상황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잡아가면서까지 할 명분이 있을까.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보고서를 토대로 2035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연 2000명의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단체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의사가 부족해질 것이란 점은 다수 전문가가 인정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 65세 이상 인구수는 현재보다 70% 늘어 입원일수는 45%, 외래일수는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일차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도 의사 수를 늘렸다. 호주는 의대 졸업생 수를 2010년 2662명에서 2019년 4022명, 프랑스는 2000년 3850명에서 2020년 1만명으로, 일본은 2007년 7625명에서 2023년 9384명으로 늘렸다.
한국은 1998년 이후 의대 정원을 늘린 적이 없다. 대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이유다.
지역민들이 특히 그렇다. 경제정의실천엽합의 ‘2020 지역 의료격차 실태’에 따르면 전남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47.46명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았다. ‘치료가능 사망률’이란 병원에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가장 높은 지역은 충북으로 50.56명이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으로 34.34명이다. 전남과 세종의 치료 가능 사망률 차이는 13.12명이다. 전남 인구를 180만명으로 계산하면 한 해 757명이 세종보다 더 사망하는 셈이다. 지역에선 치료가능 사망률이 늘어가지만 의사들은 명분없는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의사는 한자로 ‘醫師’다. ‘사(師)’는 스승을 뜻한다. 생명을 치료하고 아픈 곳을 돌봐줘 존경 받아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승의 자세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집단행동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